다섯째 띠는 용이며, 진(辰)이라 한다. 시간으로는 아침나절인 7시부터 9시에 배치되고, 동쪽의 끝 방위에 위치하며, 봄기운이 한창 약동하는 음력 3월에 배속된다. 음력 3월 산과 들에서 아지랑이가 불꽃처럼 이글거리면서 일제히 타오르는 것처럼, 자연계 모든 생명의 기운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기상을 상상하면 흡사 용의 형상과 닮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초목에서 여린 잎사귀가 피어나고 성미가 급한 꽃은 망울을 터뜨리는 때인 것이다.
이때 청년기에 접어든 인간은 드높은 야망에 불타고 화려한 이상을 동경하며 거칠 것 없이 꿈을 키워나간다. 어변룡(魚變龍)이라 하였듯이, 물고기가 용이 되어 겁없이 빗줄기를 타고 하늘로 뛰어오르는 것처럼 욱일승천하고 싶은 욕망이 지나치게 솟구치는 기질이 진(辰) 속에 담겨 있다. 따라서 독선과 아집이 강하게 나타나고 잘난 체하여 항상 남보다 앞서가려 하므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향이 있다.
동양인이 생각하는 용은 서구의 드래곤과는 달리 실체가 없는 상상의 동물이다. 그럼에도 인간으로서 최고의 지위에 도달한 자에게 부여되는 용의 형상은 어찌보면 여러 생명의 모습 중 특징 있는 하나씩을 골고루 갖춘 괴이한 형상이라 할 수 있다.
긴 몸통은 물고기와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파충류를 대표하고, 두 뿔은 소나 양과 같은 순진한 짐승에 비교될 수 있으며, 흉측한 입은 포악한 맹수에 상징되며, 발가락은 하늘을 나는 새가 되고, 수염은 초목에 비유될 수 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얼굴 모양은 잡귀를 물리친다는 불교의 사대신장(四大神將)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변화무쌍한 성질은 인간을 닮았고, 입에 문 여의주는 진리를 뜻하여 천지만물의 본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동양인의 용은 모든 생명의 기운이 힘차게 승천하는 기상을 뭉뚱그려서 표출해낸 상상의 동물이라 할 수 있다.
불교에서 용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신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고대 인도인들이 코브라 같은 뱀을 숭상하던 토템신앙에서 회자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붓다가야의 보리수 근처에 큰 연못이 하나 있고 그 가운데서 명상하는 붓다의 머리 위에 거대한 코브라가 우산처럼 목을 펼친 형상의 조각품이 있다. 이것은 깨달음을 얻은 붓다에게 햇빛과 비바람을 막아주고 삿된 것들의 침범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탄트라의 수행법에서 사람의 척추에 길게 늘어진 용을 볼 수가 있다. 용의 입은 사람의 인당(두 눈썹 사이)에서 여의주를 빛내고 있고, 몸통은 척추 독맥을 따라 내려가며 꼬리는 명문 속으로 들어가서 두 신장 가운데 잠겨 있다. 이 수련은 몸 속의 사기(邪氣)를 제거하여 병을 낳게 하고, 업을 멸하며, 인당에 있는 제3의 눈으로 만물을 꿰뚫어볼 수 있다고 한다.
용의 머리에다 한 손에는 여의주를,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관세음보살상도 이 수련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육체에 조건지어진 욕망의 사기(邪氣)가 거침없이 타오르는 것을 사그라들게 함으로써 열반에 이르러 진리를 증폭하게 하는 형상이라 하겠다.
사실 사주팔자에 있는 용띠 진(辰)은 높이 타오르고 싶은 성격도 성격이지만, 여러 가지 생명의 기운이 혼잡된 기질이고, 또 물의 창고라고 해석되는 만큼 몸이 습하고 피부가 곱지 못하며 기이한 재난을 겪게 된다.
특히 진(辰)은 위장의 기질을 나타낸 것이므로, 비만 체질이기 쉽고 심하면 위험한 병이 올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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