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띠는 쥐이며, 이것을 자(子)라 한다. 시간은 야밤에 속하는데, 자정에서 다음날 밝은 태양 빛이 어둠 속에서 잉태되는 시점이다. 일 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에도 해당한다.
방위는 정북쪽이고, 겨울의 음기(陰氣) 속에 만물을 탄생시킬 일점의 양기(陽氣)가 불씨처럼 점화된다. 그러므로 자식을 의미하는 ‘자(子)’라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현지우현(玄之又玄)이다. 아득하고 아득하여 아무것도 분별할 수 없는 어둠에서 현묘하게 양기(陽氣)가 시생(始生; 비로소 시작됨)하여 음기(陰氣)와 화합해서 만물의 씨앗을 잉태한 창조의 모습이며, 소우주인 인간은 여성의 자궁 속에 정자가 난자와 결합해서 아이를 배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자의 마음은 고요한 본성을 깨고 인연을 찾아가기 위한 욕망의 그림자가 요동하는 찰나에 해당된다.
따라서 깊이 감추어진 속마음이 나타나지는 않으나 종잡을 수 없는 잡념에 시달리기도 하고, 여기저기 남의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따뜻한 인정을 그리워한다.
또 생명을 키워나가려는 강한 집념이 도사리고 있고, 그만큼 색욕(色慾)도 들끓는다. 색욕은 음·양의 결합으로 만물을 생산하려는 욕망의 기질이 끊임없이 육신을 자극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런 면에서 야밤에 활동하며 수시로 색을 즐기고 부지런히 새끼를 낳는 짐승은 아마도 쥐가 으뜸일 것이다. 그래서 자(子)를 쥐띠라 하였거니와, 생산의 원기(元氣)가 가장 많이 흐르기에 사람도 색을 밝히고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체질인 것이다.
특히 사주팔자 속에 쥐와 유사한 색욕의 짐승인 토끼나 닭이 함께 있으면 더욱 분명하게 색기(色氣)가 나타난다. 그로 인해 생식기 병을 앓거나 지나친 성욕 때문에 가정 불화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쥐의 기질을 육신의 만족을 위한 동물적 습성으로만 한정시킬 수 없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연혜이만물지종(淵兮以萬物之宗)이라 하였듯이, 자(子)는 생산의 원신(元神)으로 지극한 사랑을 근본으로 만물을 탄생시킨 ‘신의 집’과 같은 신령스러운 기질을 바탕으로 한다.
불교의 위대한 신(神) 관세음보살이 사람의 몸에 쥐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몸은 순수한 사랑의 본질을 의미하고 쥐 머리는 색욕을 상징한 것이다.
이런 형상으로 관세음보살이 자시(子時)에 중생을 두루 살펴본다는 것도 야밤에 색을 즐기는 인간의 욕망을 경계하는 교훈적 의미가 있다.
‘동의보감’에서 허준 선생이 “어둠이 가장 짙은 그믐날 성 관계를 맺으면 신장을 상하고 불효한 자식을 낳는다”고 말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
그런데 참으로 불가사의한 현상이 있으니, 위대한 성자 원효대사가 자시(子時)에 수행을 깊이 하면 반드시 쥐로 둔갑한 마구니가 나타나거나, 쥐가 아닌 다른 형상으로 나타난다 할지라도 그것은 쥐의 화신(化身)으로 수련자의 수행을 방해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는 야밤에 쥐의 정령이 활동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만물을 잉태한 음·양의 화합 기운이 색기의 음산한 속성을 머금고 땅으로 하강하기에, 그리고 그것은 쥐의 형상이 될 수밖에 없는 기질이라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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