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는 개인적인 특성이다. 한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직업관이나 이성관, 능력 등을 나타낸다. 그것도 큰 틀로 보는 것이지, 세밀한 부분까지 망라하는 것은 아니다. ‘기다, 아니다’로 단정적으로 말 할 수도 없다. 말 그대로 가능성이다. 그것도 타고난 것들에 한정된다. 비록 운으로 대강의 변천 사항을 추론 할 수는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얘기다. 자라온 환경과 자라면서 겪은 경험 등도 적절히 가미를 해야 더 가능성이 높은 추론이 가능하다. 그래서 명리학은 상담학이다.
이성관에 대해서도 그렇다. 타고나기를 이성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정이 아주 엄한 집안이라면, 그래서 어릴 적 자기 통제가 확실히 된 사람이라면 그 집착이 많이 완화된다. 본능과 이성이 어느 선까지는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궁합(宮合)을 자주 말한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의 관계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글자 꿰맞추기로 두 사람의 화합, 불화합을 얘기한다는 것은 불가하다. 그 두 사람이 갖고 태어난 성향, 그 몸 상태로 살아왔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사주에 남편을 나타내는 글자가 없다고 해서, 처를 나타내는 글자가 없다고 해서, 상대를 뜻하는 글자가 충돌한다고 해서 결혼하면 무조건 상대는 불리하고, 심하면 죽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언이다.
돈을 뜻하는 재성이 없어도 어린 시절 힘겹게 살았다면 돈에 대한 집착이 생기고, 성년이 되어 부자소리 들으며 중견 업체를 착실히 꾸리는 사람도 아주 많다. 물론 처의 내조도 훌륭하다. 글자 꿰맞추기로 본다면 결코 그런 성공은 하지 못할 것이고, 그런 직업은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를 뜻하는 식상이 없는 여성도 아이 잘 낳고, 잘만 산다.
어떤 사람이 있었다. 사주에 재성이 아주 무력한 사람이고, 철저하게 한 오행으로 편중된 사주다. 집안은 부유하고, 자기도 가업을 이어 착실히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 아집이 강하고, 자기잣대가 확실한 사람이며, 자존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이성을 만나도 자기에게 헌신적인 사람을 원한다. 이런 사람을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은 희생심이 강한 사람, 원만한 성격의 짝이어야 한다. 개성이 강한 사람, 대드는 사람과는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이성을 만났다. 아이까지 가졌다. 그런데 그 이성의 사주에 남편을 나타내는 관성이 없고, 남편을 나타내는 자리가 흔들리는 사주다. 그러나 남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아주 강하고, 모성애적인 발상이 아주 강한 이성이다. 사주 전체가 모두 정(正)으로 이루어져 순한 사람이기도 하다. 더욱이 그 남자에겐 없는 금수(金水)의 기운이 강하고, 음양오행의 조화도 비교적 잘 이루어진 사주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한다. 이 여자와 만나면 수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한다. 그래서 고민이고, 그래서 그만 만날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한다. 궁합 이전에 철저히 자기 위주인 사람이다. 그러나 실상 편중된 사주의 남자 성격이 더 문제이고, 치우친 음양오행에 따른 건강이 더 문제다. 여성이 음식을 만들 땐 본능적으로 자기의 입맛을 따른다. 따라서 이 여성의 경우라면 음식을 통해 남편에 부족한 기운을 은연중 보충해주는 이점도 있다.
사주는 개인적인 특성이다. 당사자의 사주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글자 한자 없다고 상대의 수명까지 운운하는 것은 아주 몰지각한 사람이고, 아주 위험한 사람이다.
2012. 6. 14 희실재
출처 : 하국근의 命理산책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