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신앙에 나타난 비보와 진압풍수
강사 : 이 상 훈
민속에 나타난 풍수비보사상
Ⅰ . 비보사상(裨補思想)
비보(裨補)란 무슨 뜻인가? 비보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도와서 모자람을 채운다는 뜻
이 된다. 이를 좀더 쉽게 풀이해 보면 보허진압(補虛鎭壓), 즉 허(虛)한 곳을 보충하여
주고 강한 곳을 눌러 준다는 뜻이 된다. 이는 일종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보완적
장치라 말할 수 있다. 세상에는 결함이 없는 자리란 없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 지세의
허결(虛缺)함을 방비, 보충, 변경시킬 수 있다는 논리가 있는데 이것이 풍수비보설, 비
보사상이다. 그래서 비보사상은 명당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풍수비보
사상에 관해서는 최창조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비보사상은 다음과 같이 세가지 풍수적 사고 방식에 기초를 둔다.
첫째, 인간이 정혈처(定穴處)를 차지하면 그는 지적(地的) 생기(生氣)의 이득을 얻는다.
둘째, 지적(地的) 생기(生氣)는 인간에 의해 파괴 될 수도 있고 복구 될 수도 있다.
셋째, 지적(地的) 생기(生氣)는 집중적으로 취주(聚住)한 완벽한 자리란 없으나 인간
의 노력에 의하여 그 자리의 결점을 극복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비보의 예는 허결한
장소나 사탑을 쌓거나, 가산을 쌓거나, 큰돌을 세우거나 시장이나 도로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쓰여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여러 다양한 비보책 중에서 민속신앙물 즉 장승, 짐대, 거북, 선돌,
조탑, 마을숲 등에서 나타난 비보적 관념을 찾아보고 오늘날에도 이와같은 비보적 관념
이 살아 있는데 그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
Ⅱ. 민속신앙물에 나타난 비보사상
민속신앙물 장승, 짐대(솟대), 거북, 선돌, 조탑, 당산나무(마을숲) 등에서 나타난 비
보사상을 찾아보자.
1. 장승
장승은 마을이나 사찰 입구에 나무나 돌로 세워 놓은 것인데, 상부에는 사람 얼굴이나
귀면의 형상을 그리거나 조각하고 하부에는 천하, 지하대장군, 상원주장군, 하원당장군
등의 명문 또는 이정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민중신앙의 물질적 소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명칭은 역사적 문헌에는 장생(長栍), 장생표주(長生標註), 국장생표주
(國長生標柱), 생(牲),장생(長栍).후(候),장승(長丞), 당승, 장성(長城), 장신(長新)등
의 기록이 되어 있으며 지역과 문화에 따라 장승, 벅수, 우석목 등 다르게 전승되어 내
려오고 있다. 그 형태는 귀면괴이(鬼面怪異),미륵형(彌勒形),문무관(文武官) 등이며
장소에 따라서 마을장승, 사찰장승, 공공장승 등으로 나누어진다.
그 기원은 링가(linga) 숭배설, 퉁구스 기원, 남방 벼농사 기원, 그리고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유민속 기원실(성황단, 선돌, 누석단에 기원했다는)등이 있다.
장승은 민중의 수호신으로서 신앙되고 있으며 당산제에 있어서 하위신격으로 신앙된다.
이러한 장승이 비보와 관련된 것이라는 것은 다음의 예로 설명할 수 있다.
① 남원군 운봉면 서천리 장승은 운봉면 사방에 세웠다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북천리
장승과 함께 현존하는 장승이다. 서천리 장승은 서하마을 당산제에서 작은 당산으로
제를 지낸다. 전형적인 짓밟힌 농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장승 전면에는 방어대장군
(防禦大將軍), 진서대장군(鎭西大將軍)이란 명문이 각각 새겨져 있는데 이 명문은
도참(圖讖), 풍수(風水)와 결부된 비보장승류이다. 서천리 장승은 입지에 있어서 이
러한 면을 관찰할 수 있다.
운봉면은 높다란 산으로 둘려싸여 있는데 유독 서천리 장승이 세워진 북서쪽은 낮은
구릉으로 되어 있으며 오히려 다른 방향과 비교하면 텅빈 듯 허전하다. 즉 운봉면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덕두산(1,130m), 비대봉(1,165m), 세걸산(1,207m), 서쪽으로
고남산(846m), 남서쪽으로 수정봉(804m)으로 둘러싸였으나 북서쪽에는 낮은 구릉
이 펼쳐진다
그리고 장승이 세워진 조금 떨어진 곳에는 “선두숲”이라고 불리는 소나무숲이 있는
데 또한 풍수비보(風水裨補)와 관련된 듯하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장승을 벅수라
부르는데 「벅수」는 장승이 도참, 풍수, 불교적 신앙과 결부되어 산천의 비보(裨補)
에 쓰인데서 즉 복수(卜水)에서 벅수로 와음된 듯하다.
② 순창읍 장승<사진1>에서도 이와 같은 면을 찾아 볼 수 있다.
보통 장승의 경우에 있어선 서로 마주보게 마련인데 이곳 장승은 특이하게 한쌍이 북
쪽을 향하고 있다. 순창읍내를 중심으로 북동쪽에는 장덕산(213m) 동남쪽에는 옥춘
산(276m), 남서쪽에는 아미산(516m), 서북쪽에는 금산(430m)으로 해발 200m~500
m 산들이 둘려쌓여 있으나 장승이 세워진 곳을 중심으로 북쪽을 향하여 보면 허전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승이 세워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예는 이외에도 상당수
있다. 아무튼 비보장승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귀신이나 질병을 물리치고 마을을 보호
하기 위한 것으로 보허진압 관련에서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2. 거 북
거북은 흔히 장수와 복을 상징한다. 민속신앙에서 거북은 3가지 기능을 가진다.
첫째는 화재막이 역할을 한다.(종평마을 거북 <사진2>) 흔히 이는 마을 앞산에서 비치
는 산이 화산(火山)이기 때문에 마을에 화재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재를
방비할 목적으로 거북을 마을에 세웠다. 거북은 이때 수신(水神)으로서 역할을 한다.
진안군 은천, 회룡마을에서는 도승이 나타난 화재를 방비할 수 있는 방안을 가르쳐 준다
그 비법이 거북을 모시는 것이다. 사실 옛날에는 초가집에 대부분이었고, 장작이나 볏
단으로 불을 지폈기 때문에 그 불씨가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이 무척 컸던 것이다.
그리고 한번 화재가 났다 하면 마을 전체가 황폐화 되는 경우가 자주 있어 이를 방비하
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거북이 화재를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이는 거북을 보면서 화
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워 준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는 거북이 마을에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 흔히 거북이 먹이를 먹고 똥을 누는
방향의 마을에 복이 온다고 하여 이웃마을과 거북 머리 방향을 두고 싸움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진안군의 상초와 하초마을, 예리와 원물곡마을, 구암과 안정마을에서 이런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그래서 거북이 있는 마을에서는 예외 없이 거북 꼬리 방향이 마
을을 향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거북이 풍수 비보적 역할을 한다.
진안 용담면내는 풍수와 관련이 깊다.
용담현은 진산(鎭山)이 용강산이다. 이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곳에 용담 향교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자리가 여자 음부로서 혈처에 해당한다. 그런데 주자천 건너편 매봉산
줄기가 힘차게 용담현으로 뻗쳐 있다. 이를 ‘쇠죽뿔이’라고 한다. ‘쇠죽뿔이’는 ‘숫소의
음경’이다. 이 때문에 용담현에 음풍이 일어난다고 하여 이런 기운을 막기 위해서 거
북을 세웠다. 거북의 머리를 남근으로 생각하여 ‘쇠죽뿔이’에 대응하도록 한 것이다.
거북은 하거마을 천변에 위치하며, 화강암을 조각하여 만들었다.<사진3> 그리고 보통
거북은 마을에서 제작되는데, 용담면 거북의 경우는 관주도로 조성된 듯하다.
3. 짐 대( 솟대)
짐대는 가늘고 긴 나무나 돌 윗부분에 새를 한두 마리 올려놓고 단독으로 세우거나,
장승과 함께 마을 입구나 신성한 장소에 세워져 마을의 액운을 방지하고, 마을을 수
호하는 신으로 신앙화된 민속신앙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명칭은 짐대, 진대, 거오
기, 수살막이대, 까마귀, 철통, 솟대, 솔대, 별신대, 영동대, 화줏대, 거릿대, 오릿대,
볏가릿대 등으로 전해진다.
짐대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한다.
* 마을액막이(마을수호, 화재예방, 풍농, 풍요, 기자 등을 위해서 세우는 짐대)
* 마을이 행주형 지세에 세우는 짐대
* 급제를 기념하기 위한 짐대
여기에서 비보(裨補)와 관련하여 세우는 짐대는 배형국인 경우에 해당된다. 배형국인
마을에서는 마을 내에 어떠한 우물도 파지 않는다. 우물을 파게 되면 배가 침몰되게
되는 것이며 이는 마을에 액운이 끼인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래서 배형국인 마을에서
짐대를 세우는 것은 배를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함이며, 이는 곧 마을의 안정과 풍요를
비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부안 내요리 석재마을이나, 남원군, 고창군<사진 4> 등에
세워지는 짐대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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