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풍수 (5)◆
늦은 가을, 깊은 산 속 절에서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가 산 아래까지 멀리 울려퍼진다.
그 정취를 그림으로 그리라는 시험이 있었다.
당선된 그림을 보니 어느 곳에도 절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물지게를 지고 산길을 오르던 스님이 단풍이 물든 나무 아래에서 고개를 숙이고 합장한 모습만이 그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그림을 보며 만추를 느끼고, 절을 바라보며 종소리를 듣 는다.
굳이 이런 사례를 들지 않아도 그림은 사진과 달리 화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 가 있고 그의 바람은 어느새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깊이 전달돼 감동을 준 다.
우리 선조들은 그림을 통해 집안에 운기를 북돋우고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왜곡된 기를 교정했는데 한지나 비단 위에 그린 그림도 있고 도자기에 그린 것 도 있다.
잉어와 새우 그리고 게를 함께 그린 도자기 접시라면 귀한 아들이 태어났을 때 축하 선물로 보낸 그림이다.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잉어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 해 과거에 급제한다는 상징이다.
게는 등에 딱지가 있으니 갑과(甲科), 즉
장원 급제하라는 의미고 허리가 굽도 록 오래도록 벼슬을 누리라고 등이 굽은 새우도 함께 그린다.
시든 갈대밭에 백로가 홀로 서 있으면 일로연과(一路連科)라 읽어 두 번의 시 험(향시, 전시)을 단숨에 통과하라는 기원이 담겨 있다.
현대 아파트에는 가족사진과 함께 그림 한두 점을 거실과 침실에 거는데 어떤 집에는 큰 그림이 거실 한쪽 벽을 모두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대개는 어떤 뜻을 가진 전통 화풍 그림이 아니고 산천 혹은 정물을 실경으로 그렸거나 표현이 자유로운 추상 계열 작품이 많은 듯하다.
풍수적 기가 뿜어져 나와 집안에 건강운과 재물운을 높이려면 해석이 모호한 그림보다는 위에 든 몇 가지 예처럼 상징성 있는 동ㆍ식물로 뜻을 확실히 전달 해 주는 그림이 효과 면에서 우수하다.
주제와 소재에서 상징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풍수적 기도 발산하지 못하기 때문 이다.
풍수적으로 걸어놓으면 해로운 그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랑이 그림이다.
호랑이가 홀로 있는 그림이라면 이것은 집안에 산신령을 모시는 것으로 해석해 무당집이나 가능한 일이다.
예부터 호랑이는 산신으로 대우해 신앙 대상이 되 었기 때문이다.
또 발전하라는 의미의 말 그림이나 악귀를 물리치고 수맥을 차단한다는 달마도 도 정통 풍수 서적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만약 발전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으면 감 그림이 좋고, 액막이가 필요하다면 사 납지 않은 호랑이 그림이나 또는 '용(龍)ㆍ호(虎)'자를 써 대문에 붙이는 것으 로 충분하다.
출처 - 고제희 대동풍수지리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