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나라 시절, 미앙궁(未央宮)에 구리로 만든 종이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이 종이 까닭도 없이 울리더란다. 동방삭(東方朔)이 있다가 ‘분명 구리광산이 무너졌을 것’ 이라고 말했다는데…. 과연 얼마후 소식이 오기를, 서촉 땅 진령(秦領)에 있는 구리광산이 종이 울린 그 날에 무너졌더란다. 황제가 동방삭에게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인즉 ‘종은 구리로 만든 것이고 구리는 구리광산에서 나온 것인데, 두 기(氣)가 감응한 결과이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그 부모로부터 몸을 받는 거와 같다’ 라고 대답했다 한다.
풍수 고전 금낭경(金囊經)에 나오는 ‘서쪽의 구리광산이 무너지면 동쪽의 구리종이 울린다’ 라는 일화다. 말미에 덧붙여 말하길 ‘구리광산이 무너짐에 따라 그 구리로 만든 종이 스스로 우는 것은, 마치 부모의 유해와 같은 기(同氣)인 자손에게 복을 입힘과 같은 것이니 이는 모두 자연의 이치다’라고 했다.
돌아가신 조상의 유골과 살아있는 후손사이엔 같은 기가 흐르고 있으며, 이는 서로 감응한다는 게 동기감응(同氣感應)이론이다. 시신을 땅에 묻으면 피와 살은 썩어 흙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정기가 응결된 뼈는 남아 산화된다. 이 뼈가 그 땅의 기를 흡수하여 후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요점이다.
감응의 현대적 풀이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다름이 없다. 우선 이를 일종의 전파(氣)로 설명한 이론을 보자. 이 이론은 조상의 시신에서 나오는 전파를 통해 그 땅의 기운이 후손에 전달되어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즉 같은 혈통인 조상과 후손은 체질도 같아 같은 사이클을 가지게 되며, 양자 사이에 전파가 자유롭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조상 산소서 발생한 전파는 좋던, 나쁘던 같은 혈통의 자손에 전달된다는 얘기다.
유전인자(DNA)를 매개체로 보기도 한다. 조상과 후손은 동일한 유전인자를 가진 동조된 진동자(振動子)이므로 당연히 공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부모와 자식은 같은 고유진동수(周波數)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부모의 본해(本骸)인 뼈가 땅 속에서 생기를 받으면 축적된 생기는 쓸모가 없으므로, 이 주파수를 통해 동일한 조직의 결정체로 이루어진 유체(遺體)인 자손에게 감응이 된다는 것이다. 여하튼 자연의 기(地氣)와 후손과의 매개체가 조상의 유골이 된다는 것은 같다.
동기감응론이 음택에서만 적용되는 이론은 아니다. 음택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전유물처럼 인식되었을 뿐이다. 물론 양택에서도 기본이론이 된다. 예컨대 어느 인물이 출중하단 얘기가 떠돌면 풍수호사가들이 맨 먼저 달려가는 곳이 그 사람의 선영과 생가(生家)다. 그 사람의 자라온 환경과 그 집의 생기(生氣)를 비교해 본다는 얘기다.
추석이 지났다. 교통지옥을 무릅쓰고 고향을, 부모묘소를 찾아 수천만명이 올해도 예외없이 움직였다. 이것은 그 땅이 가진 기, 우리를 성장시킨 그 기운이 우리를 오라고 부르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빡빡한 세상살이로 소모된 그 기를 우리는 은연중에 채우려 가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푸근하니 말이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