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이 많은 인간은 항상 완벽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신체와 관련 말한다면 ‘성형’을 들 수 있겠다. 불만스러운 부분을 인위적으로 바꿔 그 결함을 보충한다는 얘기다.
인터넷 검색창에 성형이란 단어를 치면 줄줄이 엮여져 나오는 게 성형외과 안내광고다. 몇 달 전엔 2004년도 미스월드에 뽑힌 여성과 한 성형외과 의사와의 한판 싸움이 언론에 보도돼 화제를 뿌린 적도 있잖은가. 성형을 폭로했다는 게 그 이유였단다. 하여튼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라 여겨도 될 성싶다.
풍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론에 딱 들어맞는 완벽한 명당이란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양택에서든 음택에서든…. 자연적인 명당을 찾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인위적으로 길국(吉局)을 만들어 낸다는 것, 풍수전문용어로 비보풍수다.
명당의 개념에서 보자면 대부분의 땅은 완벽한 형국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주변의 자연과 협력하여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게 이 비보다. 이는 곧 그렇게 하므로서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이상적인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풍수적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이 인위적 풍수법의 대표적인 것이 진호(鎭護;난리를 평정하여 나라를 지킴)를 위한 탑이나 사찰의 건립, 보허(補虛)를 위한 조산(造山), 그리고 방살위호(防煞衛護)를 위한 염승물이다. 마을 차원에선 행한 것이 풍수탑, 조산, 마을숲 조성이요, 국가적 차원에선 비보사찰을 건립했다.
우리풍수의 종사(宗師)라 일컬어지는 도선은 국토의 허(虛)한 부분이나 너무 강하게 튀어나온 부분에 탑이나 절을 세워 기(氣)를 보충시키거나 센 기를 누그러뜨렸다. 나라가 동요하지 않도록 위해서 말이다. 큰 틀의 풍수다. 어쩌면 풍수의 본질인지도 모를 일이다. 풍수하면 발복(發福)과 무덤풍수를 떠올리는 현대의 풍수관과는 천양의 차이다.
그가 점지했던 수많은 사찰들이 지금은 주춧돌만, 아니 문헌에 그 이름만 내려오고 있다는 걸 봐도 알만하지 않은가. 좋은 터가 아닌, 나라의 기(氣)가 새는 나쁜 터에 세웠던 사찰들이었기에 명맥잇기가 쉽지 않았던 게다.
이러한 풍수탑의 예로 충주에 남아 있는 중앙탑을 흔히 든다. 통일신라 원성왕 시대때 조성된 이 탑은 건립 유래로 두가지가 전해진다. 하나는 나라의 중앙에 위치, 중앙의 진호를 위해 조성돼 그 이름도 중앙탑이라 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당시 충주땅에 왕기(王氣)가 서려 이를 제압하기 위해 세웠다는 설이다. 어쨌거나 풍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탑이다.
조산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산이다. 그것이 흙무더기가 될 수도 있고, 돌무더기가 될 수도 있다. 풍수적으로 주변 지기(地氣)를 살펴 공허하거나 취약한 지점에 산을 만듦으로서 그 곳을 보강하는 것이다. 이는 음․양택 모두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음택보다는 양택에 더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양택은 지상의 기운이 중심이요, 음택은 땅속의 기운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향토지에 흔히 거론되는 ‘ㅇㅇ조산’이란 지명은 대부분 여기에 포함된다.
성형도 자기 몸에 맞도록 해야한다. 성형의 부작용도 생각해봐야 한다. 멀쩡한 신체에 흠집을 내 망치는 경우도 많다.
풍수에서도 마찬가지다. 극한 예가 자기 잘되자고 조상시신을 이리저리 옮기는 이장(移葬)이다. 멀쩡한 조상묘를 옮김으로써 크게는 집안, 작게는 자신의 운을 바꾸려 한다. 극도의 이기적 발상이다. 덕을 쌓는 것이 먼저다. 완벽한 명당, 그러한 땅은 하늘이 낸다 했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