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는 물길이 없다. 온통 아스팔트로 뒤덮인 회색지대다. 풍수는 물과 바람의 학문이라 했다. 이렇게 본다면 풍수는 도시에선 의미가 없는 게 된다.
물길은 흐름이다. 바람 길이기도 하다. 그 흐름을 따라 기(氣)가 오르내린다.
도로도 흐름이다. 자동차들의 흐름이요, 사람들의 흐름이다. 또한 도심의 바람 길이기도 하다. 도로를 따라 도시 전체의 기운이 움직인다. 이런 의미에서 도로는 물길과 같이 풍수의 근본이 된다. 도심에선 물에 갈음한단 얘기다. 따라서 나쁜 형태의 도로라면 나쁜 기운이, 좋은 형태라면 좋은 기운이 흐른다.
풍수에선 ‘찌름’을 싫어한다. 강물이 집터나 산소로 쏘아들어 오는 형태다. 막다른 골목의 집이나 삼거리, 네거리 전면에 노출된 건물을 들 수 있다. 이런 집들은 도로를 따라 달려온 바람을 막을 장치가 없다. 마치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가 주택을 덮치는 형상이다.
작은 도로들이 모이는 곳도 피해야 할 장소다. 물론 앞부분이다. 이쪽저쪽에서 몰아치는 살풍(殺風)이 무서운 곳이다. 이런 곳들은 노름으로 돈 없애고, 남 따라 장(場)에 가는 식으로 주식투자했다 집 날리기 딱 알맞다. 시비와 구설도 끊이질 않는다.
풍수용어에 반궁수(反弓水)가 있다. 활을 당겼을 때의 모양처럼 둥글게 흐르는 물의 형태를 일컫는다. 그런데 안쪽이 아닌 화살이 나가는 방향, 즉 적의 방향이다. 쉽게 말해 환포의 바깥쪽이다. 만약 집 주위에 이런 형태의 물이 있다면 오래 머물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도심에선 ‘반궁도로’쯤 되겠다. 이런 곳도 차들의 위험에 직면한 곳이다. 다시 말해 낮이나 밤이나 항상 살기에 노출된 장소란 얘기다.
이의 반대가 환포다. 감싸 안는다는 말이다. 돌아가는 길의 바깥쪽보다 안쪽으로 좋은 기운이 흐른다. 이런 곳이 복(福)이 오는 땅이다. 도로만을 본다면 최상의 터가 된다. 모름지기 도로도 그 터를 감싸 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도로보다 낮은 집도 피해야 한다. 실제로 필자의 출퇴근길에 이런 가게가 있다. 그것도 코너에 삼각형 대지다. ‘돈은 음’이라 했는데 조명은 또 왜 그렇게 밝은지. 몇 년 새에 주인도 몇 번 바뀐 집이다. ‘구이 집’에서 호프집, 조개구이 집…. 요즘 또 ‘임대’쪽지가 붙었다. 아무리 맛이 있다한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위에서 힐끔힐끔 내려다보는 곳, 그런 곳에서 제대로 맛을 음미할 수 있을까. 여하튼 이런 곳은 수침(水浸)의 위험이 존재하는 곳이다. 일반주택이면 더하다. 사생활의 적나라한 노출이다. 풍수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삼면이나 사면 모두에 도로가 나있는 터도 나쁜 곳이다. 사통팔달이라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정서불안에 될 일도 물 건너간다.
우리 선조들은 큰 물가엔 집을 짓지 않았다. 물의 기운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물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러나서 거처를 마련했다. 물은 음(陰)이요, 택지는 양(陽)이다. 음과 양의 조화를 중시했단 얘기다.
넓은 도로는 차들의 속도도 빠르다. 따라서 바람의 세기도 더 강하다. 기(氣)는 강한 바람 속에선 흩어진다. 강한 바람은 집안의 기운도 앗아간다. 이런 땅이라면 건물은 도로와 떨어져야 한다. 도로와의 사이에 작은 나무숲을 조성해도 좋다. 집안기운의 누설을 막고, 외부의 강한 바람을 막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모자람의 보충인 비보(裨補),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배어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