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거나 따분할 때, 옛날 살던 동네에 가보라.
요즘같이 급격히 변하는 시대엔 1년 전 거리라도 좋다. 동네 어귀 상가골목에 아는 이가 얼마쯤 있을까.
똑 같은 치킨점 간판인데 시름없이 앉아 있는 사람은 이미 낯익은 얼굴이 아니다. 주인이 바뀌었단 얘기다. 그 옆집의 중국요리집은 만두집으로 바뀌었고, 앞집 분식집은 미용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저 집은 손님이 많은 걸 보니 최근에 개업했겠구나’하는 섣부른 판단까지 뒤따른다. 늘상 보아온 일이라 나름대로의 직감이 생겼다해도 되겠다. 대구시내 전체 음식점 3곳 중 1곳이 1년 이내 주인이 바뀐다는 기사가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야말로 ‘먹고살기 힘드네’다.
좋은 음식솜씨에 서비스까지 최선을 다했는데도 손님이 준다면, 다음으로 공간배치에 눈을 돌려보자. 풍수를 따져보잔 얘기다.
양택풍수에선 현관과 안방, 그리고 부엌을 3요소라 하여 중요하게 취급한다. 이 3가지 공간이 동․서사택의 같은 사택(舍宅)에 배치돼야 좋은 가상(家相)이라 했다. 화장실이 여기에 끼어 들면 복보다 흉이 따른다. 추길피흉(趨吉避凶 : 길한 것은 따르고 흉한 것은 피하는 것)이 풍수가 추구하는 바다. 혼합배치는 추흉피길이 된다.
식당에서의 3요소도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식당은 일반 가정과는 달리 돈 버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안방대신 계산대를 넣는다. 이렇게 보면 출입문, 주방, 계산대가 식당의 3요소가 된다. 따라서 이 세 공간을 한 사택에 배치시켜야 돈 버는 식당구조가 된다.
사실 적은 자본으로 시작하는 생계형 창업에선 건물구조 자체를 리모델링하기는 어렵다. 출입구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문 방향을 그대로 둔다면 주방과 계산대 위치는 고정된다.
예컨대 출입문이 북쪽에 있다면 주방과 계산대는 동쪽이나 남동쪽, 아니면 남쪽에 배치되어야 한다는 거다. 화장실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차원이 다른 중요 요소다. 같은 사택에 포함시켜선 안된다는 얘기다. 3요소 방위에 어이없이 화장실이나 창고 팻말이 버티고 있다면 낭패를 본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가게에 이런 구조를 가진 집이 있다. 북쪽 출입구에 화장실 문이 남쪽 방위에 버티고 섰다. 이 식당을 들어서면 맨 먼저 보이는 것이 화장실 문이다.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몇 년새 주인이 두세번 바뀌더니 결국 간판마저 바꿔 달았다. 이 가게의 경우 화장실은 서쪽이나 남서쪽, 아니면 북서쪽, 북동쪽에 배치시켜야 한다.
출입구는 너무 넓으면 좋지 않다. 그보다 실내가 넓어야 한다. 풍수에서 중요시하는 전착후관(前窄後寬)이다. 그것도 도로를 따라 길쭉하게 차지한 공간보다 세로로 깊은 곳이 좋다. 가로로 긴 곳은 기를 되레 뺏기는 곳이다. 혹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일시적이고 오래 가지 못한다. 외관이 내실을 앞서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생기를 많이 모으자고 두 곳에 출입구를 내는 가게도 종종 본다. 이런 공간에서도 기가 모이지 못한다. 한 쪽으로 들어온 기는 들어오는 대로 다른 한 곳으로 빠진다. 실내는 썰렁함 그 자체다. 썰렁한 공간에선 돈 쓸 맘이 생기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 유리창도 너무 크면 좋지 않다. 들어오는 기보다 새는 기가 더 많다. 없는 돈 들여 되레 돈을 내팽개치는 구조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있지만 현실은 실제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