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주택을 사거나 새로 지을 때 최우선 고려사항이 햇빛과 전망이다. 대지(垈地)가 허용하는 한 대부분이 남향집을 선호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 일게다. 대문 역시 동쪽이나 동남쪽, 또는 남쪽으로 많이 낸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서 남향배치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세(地勢)의 자연스런 생김새에 따라 집의 좌(坐)를 정하는 것, 그것은 남향배치 못지 않게 중요한 사항이다. 인간의 ‘억지’가 배어든 남향집보단 지세에 순응한 배치를 더 우선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된다.
예컨대 지형을 따라 계속 강한 바람이 부는 지역이 있다고 치자. 그 바람을 피하는 방향으로 집을 앉히는 것이 필요하다. 햇빛은 주로 낮에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강한 바람은 밤낮으로, 특히 인간의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밤엔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게 지세에 따른 배치가 중요하다는 이유 중의 하나다.
음택의 방위는 24방위로 좌향을 측정한다. 하지만 양택의 방위는 이 24방위를 3개 방위씩 묶어 8방위로 본다. 즉 임자계(壬子癸)가 묶여 감(坎)방위가 되고, 축간인(丑艮寅)이 묶여 간(艮)방위가 된다. 마찬가지로 갑묘을(甲卯乙)은 진(震), 진손사(辰巽巳)는 손(巽). 병오정(丙午丁)은 이(離), 미곤신(未坤申)은 곤(坤), 경유신(庚酉辛)은 태(兌), 술건해(戌乾亥)는 건(乾)방위가 된다. 이 8방위는 음양과 오행, 동사택(東舍宅)과 서사택(西舍宅)으로 구분되고, 이 음양오행, 동․서사택 이론을 주택의 길흉을 판단하는 기본으로 삼는다.
양택은 음택과는 달리 산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주위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길흉화복(吉凶禍福)의 발현이 음택보다 신속하다. 따라서 방위의 정확한 측정이 음택보다 더 많이 강조된다.
집은 외부방위를 측정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내부방위를 측정하기도 한다. 외부방위는 패철(佩鐵)을 이용, 마당의 중심점에서 건물과 대문 등의 방위를 측정하는 것이요, 내부방위는 집 안 중심점에서 각 방의 방위를 측정하는 것이다. 즉 안방, 현관, 화장실 등이 배치된 방위에 대한 기운을 분석하는 것이다. 단독주택이라면 이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하겠지만 아파트나 개인 사무실 등의 경우라면 굳이 외부방위까지 측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남향집에 살려면 3대(代)가 적선해야 하다’고 했다. 지세에 부합되는 남향배치의 집은 그만큼 얻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요즘 빌라나 단독택지, 아파트 분양광고를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남향이거나 남동향, 동향이다. 앞엔 큰산이 가로막고, 뒤로 큰 강이 흘러도 상관이 없다. 인위적인 ‘지세’도 예외가 아니다. 건물이란 산에 가려 햇빛도, 바람도 제대로 들지 않는다. 건물 뒷면으론 대로(大路)라는 큰 강이 흐른다. 배수임산(背水臨山)이다.
우리 몸에 정맥과 동맥이 흐르듯, 이 지표면엔 동기(東氣)와 서기(西氣)가 흐른다. 앞베란다나 현관으로 들어오는 기운은 그 방위에 따라 다르다. 자기 몸에도 맞아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기왕이면 남향이 좋겠지만, 반드시 남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얼마전 전국 주택에 대한 값이 처음으로 매겨졌다. 한 채의 실제 가격이 1백억에 육박한다는 내노라하는 집들…. 하도 가격이 높아 셈하기 조차 하기 힘든 그 집들은 과연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