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집안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란 말이 있다. 생기(生氣)가 잘 돌아 사람이 끓는지, 사람이 많아 생기가 잘 도는 것인지는‘계란과 닭의 관계’처럼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집안에 온기(溫氣)가 충만해야 포근한 느낌이 든다는 것에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게다. 농촌의 빈집을 생각해 보면 실감이 난다. 대문을 들어 설 때부터 섬뜩하다. 농촌이 아니라도 좋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몇 달간, 아니 며칠만이라도 휴가를 떠났다 돌아와 보라. 온 집안에 냉기(冷氣)가 감돌 것이다.
방이란 인간이 거주하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따라서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순리(順理)에 어긋난다. 풍수이론의 근간엔 음양(陰陽)이외에도 오행설(五行說)이 있다.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이 다섯 가지 원기(元氣)의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작용이 우주 제 현상의 기본이 된다는 이론이다. 이 다섯 원기 중 어느 한곳으로 편중되거나 어느 하나가 부족하다면 ‘이상’이 온다. 질병이나 파재(破財)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다. 즉 조화가 최상이다. 명리학(命理學 : 사주학), 한의학(韓醫學)도 예외가 아니다.
각설하고, 빈방이 많으면 집안에 온기, 즉 화기(火氣)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氣)의 흐름이 끊길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게다. 하지만 군입대나 유학중인 자녀가 있을 경우 부득이 하게 빈방이 생긴다. 이럴 땐 방문을 열어 두거나 수시로 들락거려야 한다. 그래야 기의 순환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가 있다.
풍수에서 기는 중앙으로 모이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그것이 좋은 기운이든 나쁜 기운이든 말이다. 따라서 집안의 중앙에 빈 공간이 생기도록 해서는 안된다. 중심 공간의 흉한 기운이 가정의 화목을 깰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중심 공간은 거실이다. 주생활 공간이기에 생기가 넘친다. 최근엔 법규를 어겨가면서까지 넓히고자 한다. 이러한 현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생활의 편리함 이전에 은연중 터득한, 즉 자연의 순리에 인간의 본능이 따르는 현상이라고 하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일까.
한사람에게 적당한 주거면적은 6평(坪)이라고 한다. 풍수학계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독일 등 동, 서양을 막론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는 수치다. 따라서 4인 가족의 경우 24평이 이상적이라는 얘기가 된다. 필요 이상으로 큰집은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가 되레 집의 기운에 눌려 기운을 뺏기게 된다. 결론적으로 풍수에서는 가족의 수 보다 약간은 좁은 듯한 느낌이 드는 평수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집으로 본다.
‘큰집’소유로 우쭐해 하고, 애들조차 아파트 평수에 맞춰 친구를 사귄다는 요즘, 깊이 되새겨 볼 만한 얘기가 아닌가.
말 나온 김에 묘지까지 한번 더듬어 보자.
음택(陰宅)의 혈(穴)에선 시신이 직접 지기(地氣)를 받는다. 따라서 한 사람을 누일 수 있는 공간, 즉 1, 2평이면 족하다. 그런데 100평, 200평, 300평…. 호화스런 석물(石物)장식이 효성의 잣대가 될 수는 없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 되어야 한다. 겉모습 치장으로 천혜(天惠)까지 바란다면, 이건 아예 천벌(天罰)감이다. 발복(發福)은 하늘이 참된 사람에게만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인간들의 과시욕, 참으로 서글픈 욕심이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