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때기’ ‘007 가방’…. 한 시절 신문 정치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단어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면에는 탈세 의혹, 뇌물 영장, 수뢰 구속 등의 단어들이 사나흘이 멀다하고 오르내린다. 액수도 몇십만원은 아예 관심조차 끌지 못한다. 그저 ‘그렇구나’ 정도다. 적어도 ‘비자금’이란 제목이 붙어야 한번이라도 깊은 눈길을 준다. 이럴 땐 수천만원은 ‘우스운’얘기고, 툭하면 수백 억이요, 수천 억이다. 그야말로 ‘어둠 속의 돈’이다. 오죽하면 ‘검은 돈’이란 말이 생겨났겠나.
월급봉투를 보라. 세상이 다 아는‘양지(陽地)의 돈’이다. 너무 ‘밝아서’ 돈이 되지 않는다. 나만의 푸념일까.
풍수에선 돈을 음(陰)으로 본다. 약간은 어두운 곳에서 재물이 모인다는 얘기다.
음식점과의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할로겐형광등’ 불빛 아래서 술을 한잔 해보시라. 아마 분위기가 살지 않을 것이다. 이성적인 얘기만 오고간다. 서로의 눈동자까지 빤히 보이는 곳에서 어찌 흥이 나겠는가. 속마음까지 깡그리 들통날 판인데…. 돈 쓸 기분이 나지 않는다. 단골로 변할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하다.
주인 입장서 보면 확연하다. 막걸리 두 병 팔 기회에 한 병 밖에 못 팔았으니 얼마나 손해인가. 환한 불빛이 돈을 삼킨 꼴이다. 반면 ‘내노라’하는 업소의 밀실을 생각해 보라. 그야말로 ‘어둠’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풀어진다. 너무 심한 비유인가. 하지만 조금씩은 감추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 아닌가.
다른 시각으로 이렇게 볼 수도 있다. 안방은 집안의 가장이 거처한다. 가족 구성원으로 보나 공간으로 보나 거실과 더불어 집안의 중심이 된다. 무엇보다 생기(生氣)가 충만해야 한다. 집안의 조명이 밝으면 가족들간 격의가 없어진다. 따라서 화목을 도모하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이 역할은 거실만으로 충분하다. 안방은 조금은 어두워야 한다는 거다.
나아가 방도 방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쉬어야 한다. 안방도 예외가 아니다. 낮과 같은 밤 분위기는 안방을 피곤하게 한다. 아늑한 기운을 앗아간다. 들뜬 기운 속에선 인간도 쉴 기분이 나지 않는다. 찌든 육신에 어찌 재물운인들 따르고 싶어하겠나. 명리학(命理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신왕재왕(身旺財旺), 즉 자신의 사주(四柱)가 강해야 재물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안방 창문을 크게 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 채광(採光)이나 통풍, 조망을 좋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했다. 창문이 너무 크면 실내의 기가 되레 빠져나간다. 항상 썰렁하다. 잠잘 땐 외부에 대한 몸의 대항력이 약해진다. 따라서 건강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풍수에선 한 벽면에서 창문이 차지하는 면적이 절반을 넘으면 기가 새는 것으로 본다.
빗나가는 얘기지만 ‘밝음’이 항상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대하기가 편한 사람이 있다. 남을 토닥거려 줄 수도 있고 때론 자신이 흐트러질 수도 있는, 즉 가끔씩 인간미를 풍기는 사람들이다. 반면 자기 관리가 너무 확실한 사람 주위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겉으로 ‘척’할 뿐이다. ‘튐’을 양으로, ‘물러남’을 음으로 본다면 전자(前者)는 음이요, 후자(後者)는 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밝음’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때론 손해볼 수도 있다는 마음, 그 마음이 삶의 근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