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시월 초하루 을묘일입니다. 무술월에 을묘일이니 숨죽이고 있는 목소리를 낼만합니다. 신묘년 무술월은 분수를 자각하는 가운데 임진년을 기다리는 시절이라면 을묘일은 상호간에 관심사로 소통하려는 조심스러운 움직임입니다.
대운은 월을 기준으로 순행도 하고, 역행도 하나 세운은 년을 기준으로 순행합니다. 월도 순행하고, 일도 어제는 갑인일 오늘은 을묘일 내일은 병진일로 이 시간에도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고 임오시에서 계미시로 행하고 있습니다.
을묘는 자세를 가다듬고 모양을 바로 하려고 합니다. 이 가을에 을묘는 때늦게 핀 코스모스도 아니고, 국화도 아닙니다. 오히려 감나무 가지에 노랗게 탐스럽게 열린 감과 같고, 은행나무에 열린 은행 열매와 흡사하여 운치를 더합니다.
길가에 노랗게 물들여진 은행나무 단풍과 길가에 떨어진 단풍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꽃보다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는데 을묘일은 홀연히 잊고 있었던 옛날 첫사랑 님도 생각난다이고 마음이 몸의 외로움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을묘는 붙임성과 접착성이 좋아 조(燥)하여 부스러지기 쉬운 가을날에 본드와 같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낙엽은 밟기가 무섭게 부스러지기도 하는데 을묘는 습(濕)을 유지하여 부스러지지 않고 신발자국만 새겨지기도 합니다.
봄철에 을묘는 나생이 씀바귀처럼 퍼지고, 바닷가 바위에 홍합처럼 하나인가 싶더니 어느새 새까맣게 바위를 덮어 버리고, 여름철에 을묘는 개나리처럼 뚝뚝 잘라 땅에 꽃기만 하면 무성하게 퍼져가게 되니 소문도 빠르기도 합니다.
가을철에 을묘는 길가에 뒹구는 낙엽과 같아 처음에는 한 잎 두 잎이나 나중에는 우수수 흩날리기도 하여 붙어 떨어져 있는 것이 바람타고 이 구석 저 구석에 모여지기도 흩어지기 합니다. 가을정취에 을묘는 마음이 몸을 외롭게 합니다.
봄철에 을묘는 몸의 외로움이 마음으로 전해져 허벅지를 찔러야 하고, 가을철에 을묘는 마음의 외로움이 몸으로 전해져 바느질을 합니다. 겨울철에 을묘는 미련과 아쉬움이 앙금처럼 쌓여져 나누려는 정과 같은 초코파이입니다.
여름철에 을묘는 어느곳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장식품과 같기도 합니다. 가을철에 을묘는 마음을 헛헛하고 외롭게 합니다. 노랫말 가사에 마음은 고향하늘을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신묘년 무술월은 가을날의 정취가 이제 겨울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출처 : 을묘일에 대하여 - blog.daum.net/024614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