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왔습니다. 세월은 그대로인데 우리들이 만들어 우리들 스스로 힘들어하고 슬퍼하며, 때론 뿌듯해 하는 ‘한해’라는 단어입니다. 더욱이 올핸 이름마저 거창한 ‘황금돼지해’라네요. 어디에 근거를 둔 말인지도 모른 채 기대에 부풀어 들떠 있습니다. 이 한해가 저물 때쯤이면 우리들은 또 어떤 표정들을 짓고 있을까요.
형
우리들은 새해를 많이도 가지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맞는 양력새해에, 한 살을 더 먹어 희비가 엇갈리는 음력새해, 명리학 입장서 보면 입춘(立春)을 기점으로 한해가 왔다갔다합니다. 음력새해도 지났고 입춘도 지났으니 명실공히 이젠 정해년(丁亥年)입니다. 올해 낳는 아기들에겐 유달리 ‘돈복’이 있다고 하지요. 유추컨대 작년 쌍춘년(雙春年) 결혼 붐에 이어 올핸 배이비 붐이 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구감소시대에 희망을 주는 단어이기도 합니다만, 국적불명의 ‘황금돼지해’에 왠지 씁쓰레한 맘 또한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네요.
아시다시피 정(丁)은 십간(十干) 중에 병(丙)과 더불어 남쪽을 의미합니다. 즉 불을 상징한다고 보면 되겠지요. 이렇게 보면 ‘정해’는 ‘붉은 돼지’가 맞는 말이 됩니다. 꼭히 황금돼지를 붙이고 싶다면 기해(己亥)가 맞는 말이 아닐까요. 천간의 기(己)는 무(戊)와 함께 중앙의 토(土)를 의미하니까요. 왜, 땅은 누르다고 하지 않습니까.
600년만의 황금돼지해는 또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60갑자’이지 600갑자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제 짧은 ‘가방끈’ 탓으로 돌릴 수밖에요.
형
돼지는 예부터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영물로 여겼다지요. 제물과 돼지, 그리고 풍수가 한 묶음되는 재미난 얘기가 있어 잠깐 소개하려 합니다. 옛날 고구려 유리왕 시대 제물로 바쳐질 돼지가 도망갔답니다. 이를 쫓아간 관원이 돌아와 왕에게 이렇게 보고했답니다. ‘돼지가 잡힌 곳으로 도읍을 옮기자’라고요. 이에 왕도 승낙해 도읍지를 옮기게 되었답니다. 돼지가 점지한 도읍지는 이외에도 고려 왕건의 조부 얘기가 있습니다.
풍수이론 형국론에 ‘돼지형’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12지지(地支)에 속하는 동물과는 달리 많지가 않습니다. 아마도 돼지 형상을 띤 산이 드문 게 원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원래 돼지의 생김새가 가로로 긴 사각형이지요. 이렇게 생긴 산을 풍수용어로 토산(土山)이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산은 대부분 뾰족하거나 아니면 둥글지요. 네모진 산은 참으로 보기가 힘듭니다. 만약 이런 형태 아래에 집이나 묘를 쓴다면 돼지의 다산성(多産性)을 고려해 볼 때 ‘자손번창’을 기대해도 되겠습니다.
형
창원 성주사엔 돌로 만든 돼지 한쌍이 있답니다. 그것도 대웅전 입구에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돼지를 뜻하는 해(亥)는 지지 중 물을 상징합니다. 이 돼지 석상을 보면 이 절에서는 불이 자주 났나 봅니다. 그래서 비보(裨補)의 차원에서 이 돼지상을 세웠겠지요.
어쨌거나 올 한 해 우리 돼지처럼 잘먹고 잘자고 건강하게 삽시다. 돼지돈(豚)이 돈(money)이 되도록 기원하면서….
출처 :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