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개 한 마리가 큼지막한 뼈다귀 하나를 물고 온다. 새끼 개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하지만 섣불리 다가가지를 못한다. 어른 개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어른 개가 뭐라 소리를 지른다. 그때서야 뼈다귀에게로 뛰어든다. 일전에 ‘동물의 왕국’에서 본 아프리카 들개, 즉 리카온에 대한 영상이다. 권위, 참으로 편하고도 무서운 단어다.
서북쪽은 아버지를 상징하는 방위다. 전통가옥은 이 방위에 집안의 어른이 거처하는 공간을 두었다. 서북쪽은 건(乾), 즉 하늘이다. 가장(家長), 권위, 카리스마를 뜻한다. 따라서 이 서북쪽에 안방을 두고 가장이 거처하면 이상적인 가상(家相)이 된다. 하지만 아파트가 주된 주거공간이 되는 요즘은 꿈같은 얘기다. 획일적인 공간에 맞춰 살아야 한다. 그래도 큰방은 존재한다. 이 곳이 곧 안방이 된다.
안방은 집안의 중심이 된다. 거실과 함께 풍수의 작용이 가장 큰공간이다. 그 집안의 생기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다. 따라서 집안의 기둥인 부모가 거주해야 한다. 그 방위가 서북쪽이든 동쪽이든 북쪽이든 말이다. 그래야 가장의 권위가 선다. 가장이 골골댄다면 집안의 분위기는 항상 침울하다.
요즘은 자식들 공부가 부모 서열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고관대작이라고 해도 자식이 비리비리하다면 한풀 꺽인다. 공부 잘하는 애들을 둔 부모가 대우를 받는 세상이란 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안방이 자식 공부방으로 변한 집들이 많다. 밝고 넓은 데다 화장실이 붙어있어 편리하기까지 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자식 사랑, 그것도 공부에 관한 관심으로 우리나라 부모 따라올 만한 나라가 없을 터이니 더 말해 무엇하리.
풍수이론으로 따진다면 이 안방에서 먹고 자고 하는 애들은 그 집의 가장 좋은 기를 받고 생활하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성장할 확률이 높다. 부모 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자식 사랑에 그럴 만도 하겠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씁쓰레한 기분이 드는 걸 어쩔 수는 없다. 가뜩이나 기가 죽은 가장이 스스로 소금을 저미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 안방도 요즘 그 위상에 변화를 많이 거쳤다. 거실이 그 역할의 일부를 분담했다는 얘기다. 그만큼 가장의 권위가 더 떨어졌단 의미도 되겠다. 그래도 침실의 기능은 여전히 고수한다.
이런 비유가 어떨지 모르겠다. 휴일 모처럼 거실서 가족들이랑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고 하자. 갑자기 와이프의 친구가 찾아온다. 그러면 가장은 갈 공간이 없다. 자는 수밖에 없다. 유일한 공간인 침실에서 말이다. 안방마저 공부방으로 내줬다면 꼴이 말이 아니다. 그야말로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쪽방 늙은이’신세가 된다.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담배연기로 벗을 삼는다. 이름하여 독수공방 심심초’다.
주산은 주체성이다. 주산이 약하면 이 주산의 기를 받고 태어나는 사람의 기도 약해진다. 주산이 뚜렷해야 줏대도 있고 추진력도 있는 인물이 나올 수 있다. 말 그대로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 태어난다는 뜻이다.
모두가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 ‘면장이라도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한다’는 것은 변치 않는 풍수 격언이다. 독불장군도 없다. 주위 사람들이 밀어줘야 한다. 한 인물에 대한 평판, 즉 권위를 부여하는 것은 안산의 몫이다.
출처 :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