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귀신. 사전엔 ‘자기가 궁지에 몰렸을 때 남까지 끌고 들어가려는 사람’정도로 풀이되어 있다. 섬뜩한 말이긴 하지만 일반화된 단어라, 들어도 마음에 두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마는 ‘너는 죽고 나는 살자’는 식의 인간이 더 많은 세상이기 때문에, ‘같이 죽자’는 식의 사고방식은 차라리 애교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앞은 아직은 권모술수를 쓸 여유가 있음이요, 뒤는 배수의 진(背水之陣)을 친 순간일 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대선전(大選戰)을 들여다보면서 문득 생각해 본 단어다. 풍수에도 이와 비슷한 이론이 있고, 때마침 누군가의 질문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로 말이다.
전통 장례식에 한번이라도 참석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게다. 관(棺)이 땅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 지관(地官)이 ‘ㅇㅇ띠는 보지 마시오’라는 말을 말이다. 이 말이 곧 ‘호충’이다.
이 호충은 풍수에 사주이론이 가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장례일 일진(日辰)의 지지(地支)와 충이 되는 띠에 해당하는 사람은 하관(下棺)때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충은 12지지를 기준으로 6가지가 있다. 즉 인(寅 ; 범)은 신(申 ; 원숭이), 사(巳 ; 뱀)는 해(亥 ; 돼지)와 충이 된다. 자(子 ; 쥐)-오(午 ; 말), 묘(卯 ;토끼)-유(酉 ; 닭), 진(辰 ; 용)-술(戌 ; 개), 축(丑 ; 소)-미(未 ; 양)도 충이다.
예컨대 2007년 6월 21일 일진은 병술(丙戌)이다. 이 날 호충에 걸리는 사람은 술의 충인 진(辰)이 된다. 따라서 용띠인 사람은 하관 때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이 호충은 삼합(三合)으로 확대 응용되기도 한다. 삼합은 인오술(寅午戌), 해묘미(亥卯未). 사유축(巳酉丑), 신자진(申子辰)을 뜻한다. 위의 예에 적용시켜보면 진이 속한 삼합은 신자진이 된다. 따라서 원숭이띠, 쥐띠, 용띠인 사람은 하관시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망인(亡人)이 세수를 누린 호상(好喪)이라면 이미 자기의 갈 길을 알고 있기에 별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젊어서 사고로 죽은 억울한 영혼일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애상(哀喪)인 경우다. 부모에 대한 죄스러움과 부인 걱정에, 어린애들도 눈에 밟힐 게다. 쓰지 못한 돈이 있다면 그 또한 얼마나 분한 일이겠는가. 고생고생 끝에 겨우 한자리 하려하는데 덜컥 죽음이 찾아왔다면 그 또한 가슴 칠 일일 게다. 한마디로 죽어선 안 될 죽음이다.
이런 상태의 귀신이 자기의 시체를 내려다본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원통하겠는가.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자기 자신은 자기를 살릴 수 없으니….
하지만 관이 땅으로 들어갈 때는 더 이상 머뭇거릴 새가 없다. 땅 속에 파묻히면 모든 게 끝장이기 때문이다. 광증(狂症)이 극에 달한다. 아무나 붙잡고 자기를 살려내라고 분풀이를 한다. 나오는 독기가 살(煞)이다. 이때 재수 없게 걸리는 사람이 그날의 일진과 충이 되는 사람이다.
심하게 이 살을 맞으면 즉사(卽死)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게는 체하거나 토사곽란이 나고 술에 취해 싸우기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 병원에 가도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는다. 멀쩡하다. 이럴 땐 민간요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각설하고, 이런 부류의 사람은 또 어떤가. 온 세상 사람들이 물귀신에 묶여가도 자기만 빠지면 된다는 식의…. 물론 나 자신도 예외일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인간의 이기심, 자연에 부끄럽다.
출처 :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