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 몸조심하시고….’ 전화가 드물었던 시절, 서민들에게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던 편지글의 말미에 약방의 감초처럼 삽입되던 문구다. 휴대전화가 초교생들에게까지 필수품이 된 오늘날에야 낯선 단어일 수도 있겠지만….
환절기에 몸조심, 나약한 인체가 자연에 무방비로 노출된단 의미다. 환절기만이 아니다. 요즘같이 장마가 끝난 직후나, 특히 수해지역엔 더하다. 불결한 주위환경이 문제란 얘기다. 얼마 전엔 어린이 식중독 파동으로 세상이 뒤집힌 적도 있지 않은가.
양택풍수 이론에도 양쪽의 기운이 교차되는 방위가 있다. 음과 양의 기운이, 동기(東氣)와 서기(西氣)의 기운이 바뀌는 지점이다. 전문용어로 귀문방(鬼門方)이다. 말 그대로 귀신이 드나드는 방위다. 북동쪽과 남서쪽이 그곳이다.
패철상으로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계축(癸丑)과 정미(丁未)를 잇는 축이다. 이 방위론 화장실이나 쓰레기장, 대문을 피해야하며, 건축물의 중심축으로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건축물의 경우 계축좌나 정미좌는 좋지 않다는 말이다. 앞서 말한바 있는 임자계(壬子癸), 축간인(丑艮寅) 등을 기억해 보시라. 이해가 쉽게 되실 게다. 임자계는 양택 8방위 중 북쪽으로 동사택에 속한다. 축간인은 북동쪽으로 서사택 방위가 된다. 이렇게 보면 계와 축은 동사택의 기운과 서사택의 기운이 교차하는 지점이 된다.
남서쪽도 마찬가지다. 병오정(丙午丁)은 남쪽으로 동사택이요, 미곤신(未坤申)은 남서쪽으로 서사택이 된다. 정 방위까지가 동기가 흐르는 방위요, 미 방위부터 서기가 흐르는 방위가 된다.
결론적으로 계와 축, 정과 미 방위 사이엔 동기와 서기, 어느 곳에도 끼지 못하는 틈이 생긴다. 이 혼란한 틈새로 귀신이 드나든다. 질병, 파재(破財) 등 각종 흉한 기운을 안고서 말이다. 물론 인접의 방위도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예컨대 계좌정향(癸坐丁向)이나 축좌미향(丑坐未向) 등이다. 비슷하다면 피하고 볼 일이다.
또한 이 방위는 음양(陰陽)의 기운이 변하는 방위이기도 하다. 동쪽․남쪽․불․봄․여름이 양이요, 서쪽․북쪽․물․가을․겨울이 음이다. 따라서 북서쪽은 왕성한 음의 기운이 양의 기운으로 바뀌는 방위요, 남서쪽은 양의 기운이 음의 기운으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동쪽은 계절로 봄이요, 남쪽은 여름, 서쪽은 가을, 그리고 북쪽은 겨울이다. 따라서 남서쪽은 여름이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이 되고, 북동쪽은 겨울서 봄이 되는 환절기에 해당한다. 하루의 시간대로 봐도 마찬가지다. 축시는 새벽 2, 3시쯤이요, 미시는 오후 2, 3시쯤이다. 하루 중 가장 춥거나 더울 때다. 병이 나기 쉽다는 얘기다.
화장실이나 욕실, 쓰레기장은 이 방위에선 더욱 더 피해야 시설물들이다. 귀신에 악취, 습기 등 ‘설상가상’이란 말이 꼭 어울리겠다. 다만 수세식 화장실은 개의치 않는다.
폭염의 계절이다.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때이기도 하다. 터가 좁아 쓰레기장을 옮길 수가 없다면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풍수를 들먹이지 않아도 좋다. 이번 장마는 근래 보기 드문 큰 생채기를 남겼다. 모든 게 열악한 수해지역 주민들에게 진정으로 이런 인사말을 드리고 싶다.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에 유의하십시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