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가 이 만큼이라도 사는 게 뭔 이유인가 하면, 바로 뒷산이 소가 누워 풀을 되새김질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라 하데. 마을 앞의 저 언덕은 소가 먹을 풀더미가 되고.’
촌에서 자란 사람들은 한두번쯤 이런 류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면서 그 이야기 속에서 신비한 느낌을 가진 적도 있을테고.
풍수 형국으로 따진다면 이 경우는 소가 누워 있는 형태, 즉 와우형(臥牛形)이 된다. 와우형은 소가 한가로이 누워 되새김질하는 것처럼 자손만대로 누워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자가 나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소는 한배에 한 마리의 새끼만 낳는다. 따라서 자손번창은 기대하기다 어렵다.
세상만물은 독특한 기(氣)를 갖고 있으며, 이 기는 산세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 산의 생김새가 인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형국론(形局論 : 물형론이라고도 한다)이다. 즉 이러한 지역에 묘를 조성하거나 집을 지으면 이 기에 상응하는 인물이 난다고 본다는 얘기다. 적어도 풍수이론에서는 그렇다.
형국의 이름은 주위 산의 형태에 의해 좌우된다. 주위의 산 모양이 붓처럼 뾰족한 모습이면 사람이나 나무 등의 이름이 붙는다. 예컨대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이다. 문인, 학자가 많이 난다.
불꽃이 날아 오르는 형태라면 닭, 봉황 등의 이름을 갖는다.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을 들 수 있으며, 이 형국에선 많은 자손을 기대할 수 있다. 병아리처럼 말이다.
일자(一字)모양의 산세는 짐승의 몸통부분, 종이나 가마솥을 엎어놓은 형상은 짐승의 머리가 된다. 위에 예를 든 와우형이 있다. 후덕한 인물과 부자가 난다. 구불구불한 산세는 뱀이나 용이 된다. 산세가 웅장하면 용이요, 규모가 작으면 뱀형이다.
용두산, 와룡산, 비봉산, 금오산, 무학산…. 참고하면 이해하기가 쉽겠다.
잘 알려진 곳으로 행주형(行舟形)의 해인사,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의 안동 하회마을이 있다. 하지만 이 형국은 보는 사람마다의 관점이 틀리기 때문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어떤 산의 형태를 호랑이로도, 사자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예컨대 포효하는 호랑이의 형상인 한반도를 일제는 토끼로 비하시켰다.
이 형국 중에 구형(狗形)이 있다. 전체적으로 펑퍼짐한 일자의 산형에, 머리부분은 둥근형이다. 개는 소와는 달리 한배에 여러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다산의 상징이다. 특히 개의 젖 부분에 묘를 조성하거나 집을 지으면 풍요와 다산 그 자체가 된다. 엎드려있거나 누워있는 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상태다. 그야말로 ‘개팔자가 상팔자’다. 다만 게으른 자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흠이다.
개는 옛날부터 인간의 친구다. 주인을 지켜주는 충실한 짐승이다. 반면 나쁜 의미로 쓰이는 말의 비유에 이 만한 짐승도 없다. ‘육두문자의 대표’에도 개가 들어간다.
올핸 십이간지로 개띠 해다. 5월엔 지방선거가 있다. 벌써부터 잡음이 무성하다. 억대의 돈이 왔다갔다한다고 한다. 개띠 해, 개와 같이 충실히 주민을 지켜줄 수 있는 인물이 나와야한다. ‘개판’이란 말은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