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을대문…. 누구나 한번쯤은 부러움 반, 시샘 반의 시선으로 바라 봤을 성채와 같은 문루, 하지만 집안에 주춧돌만 무너진 흙더미 속에서 덩그렇게 놓여 있다면…. 먼저 씁쓰레한 기분이 들게다. 일전 친구 고향동네를 다녀오던 길에서 느낀 감정이다.
그 친구 왈 ‘내 어렸을 적만 해도 참 나가던 집안이었지. 면(面)지역 최고 갑부에 자식들도 외지서 큰 성공을 했고…, 그런데 부친이 세상을 뜨자 그 많던 재산과 자식들의 영광도 연기처럼 사라졌네.’
돌아오던 길에 들렀다. 지세는 보기 드문 ‘삼태기 명당(窩穴).’ 그런데 대문이 문제였다. 그 웅장한 솟을대문이….
동향집에 동쪽대문, 풍수용어로 절명(絶命)댁이다. 장남부터 시작하여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는 가상(家相)이다. 얘기하자면 집이 앉아있는 서쪽은 오행으로 금(金)이요, 육친으론 막내딸이, 인체 오장(五臟)은 폐가 배속된다. 동은 목(木)이요, 장남이며, 간이다. 금극목(金克木)이다. 집의 기운이 대문의 기를 짓눌러 장남이 먼저 다친다. 다음으로 딸들에, 결국은 집안 전체에 흉이 들이친다. 당대의 부(富)는 아마도 지세가 좋았던 탓 일게다.
서사택이니 부의 발복(發福)이 먼저였을 터이고, 다음으로 귀(貴)가 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한 기운 위에 동서사택 불배합의 흉한 기운이 계속해서 덮쳤을 테니 견딜 장사가 있겠나. 옛말에 낙숫물이 바위도 뚫는다 하지 않던가. 이런 집에선 간, 폐 관련 질병도 조심해야 된다.
‘자네 말마따나 이 집 장남부터 안풀리더구먼. 이런저런 일로 급속도로 피폐해졌네. 결국 재수없는 집터라 해서 저렇게 집마저 허물어 버렸지.’ 그 친구가 뒤이어 한말이다.
그렇다면 동향집의 남쪽대문은 어떨까. 이 가상은 듣기에도 섬뜩한 오귀댁(五鬼宅)이다.
남쪽은 불이며, 둘째딸, 심장이 된다. 이번엔 쇠와 불의 상극이다. 이번엔 대문이 집을 친다. 사고로 건강과 재산, 생명까지 위험하다. 딸들이 먼저 화(禍)를 당한다. 심장병이나 폐관련 질병을 조심할 일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북향집에 대문이 서남방에 있으면 육살댁(六殺宅)이 된다. 남쪽은 불이요, 남서방위는 흙이며, 늙은 어머니, 위장이다. 오행으론 상생이나 동서사택 불배합이다. 여자들만의 세상이 된다. 남자들은 명(命)이 짧거나 가출하고 집안에 질병이 끊이지 않는다.
남향집의 서쪽대문은 화해댁(禍害宅)이라 한다. 글자만 봐서도 좋은 느낌은 아닐게다. 식구끼리 불신에 다른 집 식구가 따라서 불편해진다.
가상이전에 땅이다. 집터로서 흠이 있는 땅에 배치만으로 발복을 기대한다는 건 욕심일 뿐이다. 다소 그 화를 줄일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쁜 땅에 집의 구조마저 불배합이면 재난 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가는 셈이 된다.
지방선거를 둘러싼 ‘돈 공천’ 이 한창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요즘은 ‘권력이 곧 돈’ 이 되는 세상이다. 상생(相生)의 관계라 해도 될성싶다. 어둠 속의 상생 말이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상생은 투명해야 한다.
숨어서 하는 상생은 상생이 아닌 공멸이다. 이런 경우엔 상극이 되어야 맑은 사회가 된다. 천자양위(天子讓位)라는 말이 더러워 귀를 씻었다는 허유(許由) 선생이나 조선시대의 청백리들이 요즘 후손들을 봤다면 혀를 찰 노릇일 게다. 그러다 보면 때론 상극도 필요한가 보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