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자손’ 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명당에 조상을 모신 가문이 번창한다는 말이다. ‘뼈대있는 가문’ 이란 이 명당자손의 토대가 ‘뼈’ 가 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휴일 나들이 길에 국도를 달리다 보면 주위에 쉼없이 묘지가 이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중엔 명당에서 황골(黃骨)로 변해 편히 쉬는 이도 있을 것이요, 물 속에 잠겼거나 벌레, 나무뿌리로 신음하는 시신도 있을 터이다.
이 묘의 길흉(吉凶)이 체질이 같은 후손에 전해진다는 이론이 ‘동기감응(同氣感應)’ 이요, 그 결과가 ‘발복(發福’ 이다. 조상의 산소자리에 의하여 후손들의 행복과 불행이 좌우된다는 이론이다. 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조상은 3, 4대, 즉 증조부묘까지로 보면 되겠다.
일반적으로 황골이 나오는 자리를 풍수에선 가장 큰 명당자리로 본다. 400~500년이 지난 묘에서도 손가락마디까지 고스란히…. 그렇다면 이 황골로 변한 조상이 영원히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아니다. 아무리 좋은 자리에 모셨다 해도 발복기간은 유한하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감소되다 결국엔 사라진다. 무시해도 좋다는 말이다.
몇해전 어느 특정인의 운명을 몇 백년이 지난 시조묘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고 법석을 떤 일이 있다. 발복론으로 따져보면 다소 ‘억지’ 가 묻어나는 감이 있다.
발복기간은 주위 보국(保局)에 의해 좌우된다. 즉 시신이 묻힌 혈판과 사신사, 주봉과 이어진 용맥에 의해 달라진단 얘기다. 혈판 주위의 입수와 좌우선익, 주작이 풍수이론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발복기간이 길어진다. 그 땅의 지기(地氣)가 오래 간다는 얘기다.
혈판이 다소 부실하다고 해도 사신사가 잘 구비되어 있으면 한 세대는 무난하다고 본다. 주봉과 혈(穴)사이 이어내린 맥이 길면 길수록(그것도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영향력이 오래간다.
발복은 ‘조상과 후손이 체질이 같다’ 는 이론이 원천이라 했다. 하지만 인간의 체질은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혼인으로 다른 핏줄이 섞여 유전적으로 변화되고, 주위 환경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부모와 자식간이 가장 가깝고, 대수가 멀어질수록 희미해진다. 대수가 멀면 후손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풍수에선 조상의 묘가 후손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 5대조까지로 본다. 3, 4대조 정도를 최대로 보는 셈이다.
어느 한사람의 일생을 이 발복론에 맞춰 계산해 보자. 1대를 30년으로 보면 초년은 증조부묘와 그 이전의 조상 산소, 중년이 되면 조부모묘, 그리고 말년엔 부모묘의 영향을 받는다. 물론 가까운 인척일수록 그 영향력이 크다.
이 음택이 미치는 영향은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조상의 묘가 명당이라면 미국에서도 출세할 수가 있고, 흉지라면 유럽에서도 횡액을 당할 수가 있다.
올해는 지역을 이끌어 갈 수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매번 선거 때가 되면 유명 정치인들의 조상산소가 이장됐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지면을 장식하곤 한다. 명예욕보다는 봉사와 희생을 우선하는 신념이 필요하다.
‘명당의 복’ 은 하늘이 준다고 했다. 조상의 덕(德)과 자신의 마음가짐, 이에 걸맞는 지관(地官)의 의무감까지 어우러져야 한다. 자기 그릇에 맞춰 사는 삶, 순리(順理)는 곧 자연의 이치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