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선 현재 살고있는 집터 또한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속전속결을 원하는 현대인들 시각으로 보면 선영(先塋)이나 생가(生家)보다 한 차원 높은 단계인지도 모르겠다. 발복으로 따진다면 말이다.
양택에선 직접 지기(地氣)를 받기 때문에 속발(速發)이라 했다. 그 중에서도 현재의 거주지는 더 빨리 반응한다. 임의로 자신이 선택할 수 있어 더 중요할 지도 모르겠다.
반면 잉태지나 출생지, 성장지는 자기외적인 요소다. 부모의 영역이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숙명적 요소들이다.
명리학 측면에서 보면 연월일시 네 기둥이 타고난 숙명이 된다. 한 인간의 ‘본바탕’ 이 된다는 의미다. 또한 명리학에선 10년마다 운(運)이 바뀐다고 본다. 그러니만큼 어느 정도는 대비할 수 있다. 풍수에서의 ‘거주지 발복’ 을 여기에 비유하면 될성싶다. 길흉(吉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거주지는 지금 살고 있는 집터다. 좋든 싫든 인간이 그 땅의 기(氣)와 부딪히며 생활하는 공간이다. 인간은 수면 중에 ‘자기’ 를 풀어놓는다. 외적인 환경에 대한 방어기능이 약해진다.
다행히 그 집이 명당에 자리하고 있다면 그 땅의 생기로 하루의 피로를 씻을 수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상쾌해진다. 일도 일사천리로 풀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흉지라면 꿈자리부터 뒤숭숭해진다. 충분한 휴식은 물 건너가는 셈이다.
나쁜 기운에 휘말려 몸이 무겁다. 머리도 지끈지끈하다. 짜증에 판단력마저 흐려진다. 그러다 보면 하는 일마다 꼬인다. 가상(家相 ; 집의 구조)이 나쁘다면 고쳐 쓸 수나 있을 테지만 그럴 수도 없다.
‘잘되면 제 탓이요, 못되면 조상 탓’ 이란 속담이 있다. 일이 계속 꼬이거나 가족들 건강이 나빠졌다면 이사를 고려해 보라. 애꿎은 조상 산소만 탓할게 아니다. 나쁜 기운은 그 곳을 떠남으로서 끝이다.
반대로 우환이 없는 집이라면 그냥 머무는 게 최상이다. 일이 잘 풀리고 있는데도 욕심을 부려 더 큰 집, 더 호화판 주택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을 게다. 이런 사람들은 낭패를 볼 확률이 다분하다. 자기만의 과시욕 때문에 가족이 구렁텅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장(移葬)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공장이나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적자가 계속되거나 사고가 잇따른다면 추진해 볼 만 하다. 물론 풍수적 시각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전원주택용 농촌 빈집이 인기를 끈다. 하지만 어떤 집은 대문께부터 으스스하다. 십중팔구 이러한 곳은 흉사(凶事)가 겹친 집이다.
같은 빈집이라도 어떤 곳은 훈훈한 기운이 감돈다. 비록 깨진 기왓장이 마당에 나뒹굴고 말라비틀어진 잡초가 귀신 머리카락처럼 흩날려도 말이다. 이런 땅이 살아있는 땅이다. 구태여 풍수를 동원할 필요도 없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은 참고로 할 일이다.
올해는 대선(大選)의 해다. 지금쯤이면 ‘어느 주자가 어디로 이사를 갔고, 누구의 집터가 더 좋다더라’ 라는 기사가 나옴직도 한데 아직은 예년에 비해 잠잠한 편이다. 이는 ‘신물나는 정치판’ 에 대한 독자들의 심정을 헤아린 판단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합집산(離合集散)에 헐뜯기만이 난무하는 정치판 기사론 눈길을 끌 수 없다는….
서민들은 이렇게 생각할 게다. ‘국민에 생기를 주는 정치, 정치판의 명당화는 언제쯤 가능할까’라고. 이사를 갈 수 없다면 리모델링이라도 해야한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