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맘 설레는 단어다. 추운 계절을 보내며 움츠렸던 가슴을 다시 펼 수 있기에 더 정감이 가는 단어인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네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게 어디 봄바람뿐이랴.
올 한해를 소용돌이치게 할 대선(大選)바람, 그 중에서도 ‘막판 바람몰이’ 는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세찬 강풍이 될 터이다.
며칠 전엔 최악의 황사(黃砂)바람이 전국을 강타했다. 봄바람 속에 향기로운 꽃노래를 부르려다 낭패본 사람이 어디 한, 두사람 뿐이었을까. ‘좀 더 나은 사람을 뽑았더라면…’ 하는 마음에 지나간 선택을 후회할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런걸 보면 옛말 틀린 게 없다는 게 거짓은 아닌 모양이다. 왜,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도 있잖은가.
풍수는 바람과 물의 학문이라 했다. 바람을 막는 게 아니라 갈무리한다고도 했다. 찬바람은 따뜻하게, 세찬 바람은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곳이 사람이 살 만한 땅이요, 조상의 시신을 모실 명당이 된다고도 했다. 이 변화를 주도하는 요소가 사신사(四神砂)다.
사면팔방(四面八方), 말 그대로 동서남북에 북동, 남동, 남서, 북서방위를 포함시킨 개념이다. 즉 주위 모든 방향이다. 풍수에선 이 팔방에서 직접 불어오는 바람을 기피한다. 양택이든 음택이든 예외가 없다. 특히 특정한 장소로 특정방위에서 부는 직사직풍(直射直風)은 약하면 파재(破財)요, 심하면 인명피해다.
특히 산소에 이 여덟 방향에서 바람이 들이치는 것을 8요풍(八曜風)이라 한다. 이 바람이 치는 산소의 유골은 까맣게 타거나 하얗게 변색된다. 잔디가 죽어 애타하기도 하는데 8요풍을 맞은 산소는 잔디도 잘 자라지 못한다. 후손들에겐 중풍, 신경계통의 질병, 정신질환도 우려된다.
예컨대 정남향한 산소에서 왼쪽(靑龍)능선의 윗부분이 심히 약하거나 꺼져있다면 장남이 불리하고, 오른쪽(白虎)능선의 위쪽부분이 약하다면 장녀가 불리하다고 본다. 이 터진 곳으로부터 살풍(殺風)이 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청룡과 백호의 끊어진 자리가 산소를 관통한다면 더욱 좋지 않다.
이 이론은 패철(佩鐵)의 지식을 동원해야 하므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긴 쉽지 않다. 그냥 집이나 산소 주변의 지세(地勢) 중 특히 약한 부위가 없는지 살펴 보라. 주위 산들이 둥그런 원형으로 그 곳을 보듬고 있다면 일단 합격선상에 올려놔도 된다.
마을 주변의 숲은 비보(裨補)의 용도로 조성된 경우가 많다. 비보숲은 대게 주변의 흉한 바위나 험한 산세 등에서 나오는 살기를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꺼지거나 약한 곳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이 비보숲은 음택에선 별 효과가 없다. 양택과는 달리 산소는 지기(地氣)가 주(主)가 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양택에선 고려할 만한 요소가 된단 얘기다.
허허벌판이나 높은 산꼭대기에 일부러 집을 짓는 이는 없다. 캠핑을 가더라도 비바람 피하기 쉬운 곳에다 텐트를 친다. 상식이다. 하지만 요즘사람들은 픙광을 위해서라면 계곡도 좋고, 산꼭대기도 마다 않는다.
물론 과학의 발달로 얼마쯤은 추위나 비바람을 옛날보다는 용이하게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학을 맹신하기 이전에 자연에 기대어 사는 인간이란 것을 먼저 아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풍수는 자연과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학문이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