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띠는 범(또는 사자)이며, 이것을 인(寅)이라 한다. 시간으로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태양의 빛이 어둠 속을 헤집고 희끄무레하게 대지를 밝히는 새벽 3시부터 5시이며, 방향으로는 동쪽이 시작되는 처음 방위이고, 계절로는 음력 1월, 즉 봄이 추위를 뚫고 나오는 때다.
만삭이 된 축(丑)에서 비로소 만물이 생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씨앗이 씨눈을 터뜨리고,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며, 아이가 열린 자궁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과 같다.
인의 마음은 욕망이 끓어올라 그 욕망의 대상을 찾아가는 현상에 비유된다. 처음으로 튀어나오는 기운이기에 생명력이 가장 왕성하고 강력하여 굽힐 줄 모르는 고집과 자존심이 작용한다.
그리고 그 기세만큼 성격이 급하고 포악한 일면이 있는가 하면, 도(道)를 얻고 싶은 어진 심성이 있으며, 무엇을 깨치는 능력도 탁월하다. 이는 육신이 품은 세속적 욕망의 기질과 하늘의 도가 펼쳐지는 기운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상징하는 범(인도에서는 사자에 비유함)은 백수의 왕으로 가장 용맹스러운 짐승이거니와, 우렁찬 소리 하나만으로 능히 여러 생명을 떨게 하는 지배자로서 위엄 내지 포악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붓다(Buddna)의 목소리를 사자후(獅子吼)에 비유하고, 웅변가의 기세당당한 소리 역시 사자의 포효에 곧잘 비유한다.
그러나 부처의 음성을 사자처럼 우렁차기 때문에 ‘사자후라 한다’고 해설하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실 사자의 울음은 소나 다른 동물에 비해 그리 크지도 않거니와 부처의 말씀을 포악한 짐승 소리에 비유한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으로부터 출발한 해설인 것이다. 또 사자는 포악한 군주에 비교될 수는 있어도 어진 스승에 비유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부처의 음성에 비유한 것은, 부처의 말씀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든 동물과 식물 그리고 미물에 이르기까지 그 생명의 기질을 뭉뚱그려서 형성된 대자연의 종합 박물관과 같다. 그러므로 그런 기질로 짠 육신의 욕망을 버리지 못하므로 중생(衆生)이라 하거니와, 부처가 설파하는 진리의 말씀은 마치 사자가 모든 생명을 떨게 하듯 인간의 가지가지 중생심을 겁내게 하여 오염된 마음을 깨끗하고 고요하게 잠재울 수 있는 위대한 힘이 되기 때문에 사자후라 하였던 것이다.
웅변가의 목소리도 그와 같다. 아무데서나 악을 쓰고 구호를 외치듯 목소리를 높이는 자는 진정한 웅변가가 될 수 없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일지라도 잊었거나 깨치지 못한 대중을 상대로 진실을 일깨워 짜릿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라야 참으로 뛰어난 웅변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관세음보살이 사람의 몸에 호랑이나 사자의 얼굴로 화신(化身)한 것이라 설명하는 것도 육신의 중생심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겁내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범이나 사자같이 포악한 심성의 내면을 표현한 것이다.
역학의 기 이론에서 보아도 이런 인간의 양면성이 절묘하게 나타난다. 범띠 인(寅)은 목기(木氣)에 속하고, 목기는 어진 성품을 의미한다. 태초에 음과 양이 화합해서 만물을 탄생시킨 원신(元神)의 기질이 목이기 때문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오장(五臟) 중에서 간·담이 바로 목기다. 그러므로 팔자에 목기가 있는 사람은 성품이 어질다.
그러나 목기가 너무 강하면 간·담의 기가 심해서 다른 오장을 억압하고 성격도 포악하게 나타난다. 다른 오장의 기질과 균형이 맞지 않아서 어진 기질이 병들고, 지나친 기세를 억제하지 못해서 목소리가 높고 급한 성미에 마음이 맞지 않으면 극도의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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