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란 사람이 지닌 공간 의식의 한 형태으로, 서양은 주로 8방위를 쓰고, 동양에서는 24방위가 일상적으로 쓰였다. 콜룸부스는 서방 항로로 가면 인도에 갈 수 있다는 설을 믿고 탐험에 나섰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는데 그치고, 황당하게도 죽을 때까지 자기가 발견한 곳이 신대륙이란 사실을 몰랐다. 그렇지만 진시황을 위해 불로초를 구하러 떠난 서복(徐福)은 정확하게 동쪽인 한국 땅을 밟았다, 그렇지만 서복은 돌아가지 않았다. 왜, 한국 땅의 기운이 좋아 스스로 신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동양의 과학자들은 땅의 모양과 지질적 변화 그리고 순환 원리를 연구해, 그 결과를 패철의 각층에 속속들이 담아 놓았다. 따라서 패철은 '남쪽을 가리키는 쇠'라는 뜻의 지남철(나침판)과는 쓰임이 전혀 다르다. 나침판은 항해나 여행 시에 동서남북의 방위만 보는 물건이고, 패철은 방위 뿐만 아니라 풍수 이론을 자연 현장에 투영시켜 혈을 잡고 좌향을 놓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패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주역(周易)의 후천 팔괘를 응용한 12지지(地支)로 12개의 방위만을 표시하였다. 12지지란 땅을 지키는 12명의 신장(神將)을 도교의 방위 신앙에 따라 12방위에 배치한 것을 말한다. 12지신은 얼굴은 짐승이지만 몸은 사람으로 김유신 장군의 묘에서 보듯이 주로 능묘(陵墓)의 호석에 새겨서 묘로 침입하는 잡귀를 물리치도록 하였다. 12지지란 자(子·쥐), 축(丑·소), 인(寅·호랑이), 묘(卯·토끼), 진(辰·용), 사(巳·뱀), 오(午·말), 미(未·양), 신(申·원숭이), 유(酉·닭), 술(戌·개), 해(亥·돼지)를 가리킨다. 동쪽에는 묘(卯)를, 서쪽에는 유(酉)를, 남쪽에는 오(午)를, 북쪽에는 자(子)를 배치하여 방위를 분별토록 하였다.
하지만 풍수학이 혈을 찾는 방법론으로 심화 발전하면서 음(陰)인 지지로 이루어진 12방위로는 땅의 길흉 중에서 일부만을 판단할 수 있을 뿐, 정작 산줄기가 뻗어 나간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땅은 비록 음이지만, 음은 다시 음과 양의 기운이 혼합되어 생성됨으로 음기 중에 속한 양기를 측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땅 속의 양기를 측정하기 위해 한(漢) 나라의 장량(張良)은 양기를 재는 12방위를 추가하여 24방위를 완성하였다. 그것이 천간(天干)으로 음이요, 여자인 12지지에 맞춘 양이요, 남자인 12천간을 가리킨다. 하지만 60갑자의 윗 단위이며, 양기인 천간은 10개밖에는 없어 12지지와 짝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가 바로 그들이며, 방위를 구분하면 동쪽은 갑(甲), 서쪽은 경(庚), 남쪽은 병(丙), 북쪽은 임(壬)이다.
·12地支: 子(쥐), 丑(소), 寅(호랑이), 卯(토끼), 辰(용), 巳(뱀), 午(말), 未(양),申(원숭이), 酉(닭), 戌(개), 亥(돼지) ·10天干: 甲, 乙, 丙, 丁, 戊, 己, 庚. 辛, 壬. 癸 ·8卦: 震(동), 巽(남동), 離(남), 坤(남서), 兌(서), 乾(북서), 坎(북), 艮(북동) ·24方位: 壬子, 癸丑, 艮寅, 甲卯, 乙辰, 巽巳, 丙午, 丁未, 坤申, 庚酉, 辛戌, 乾亥
여기서 동양 사상은 모두가 음양오행론에 기초를 두는데, 10천간 역시 오행으로 구분하여 갑· 을은 목(木), 병· 정은 화(火), 무·기는 토(土), 경· 신은 금(金), 임· 계는 수(水)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음인 12지기와 짝 지어야 할 양인 천간이 10밖에는 없어, 주역에서 방위를 나타내는 8괘(卦)를 차용해 왔다. 8괘는 진(震·동), 손(巽·남동), 이(離·남), 곤(坤·남서), 태(兌·서), 건(乾·북서), 감(坎·북), 간(艮·북동)으로, 10천간 중에서 개성이 없는 토(土)에 해당하는 무·기(戊己)를 빼내어 8간(八干)으로 삼고, 8괘에서 건·곤·간·손인 4유(維)를 차용하여 12천간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4유 8간(四維八干)이다.
이제 12개의 지지와 천간이 만들어졌으니, 서로 짝을 지어 주는 일만 남았다. 여기에도 음양오행론이 적용되어 천간(남)과 지지(여)가 만난 12쌍을 만드니 임자(壬子), 계축(癸丑), 간인(艮寅), 갑묘(甲卯), 을진(乙辰), 손사(巽巳), 병오(丙午), 정미(丁未), 곤신(坤申), 경유(庚酉), 신술(辛戌), 건해(乾亥)가 그들이다.
또 패철은 둥근 원판에 동심원을 층층으로 그려 넣은 다음 그 안에 자연의 원리를 판단하는 문자를 기입해 놓았고, 중앙에는 자성을 띤 침을 올려놓아 지구 자기성에 의해 침이 자연스럽게 남북을 가리키도록 만들었다. 패철 중앙의 바늘을 천지침(天地針)이라하여 붉은 표시가 있는 쪽은 오방(午方)으로 남쪽을 가리키며, 검은 표시가 난 곳은 자방(子方)이라 하여 북쪽을 가리킨다. 검은 부분이 자방에 오도록 돌려 맞춘다. 패철로는 자침에서 흰 칠을 한 부분이 자방에 오도록 돌려 맞추면 그 방위가 북쪽이다. 패철은 지구의 자전축(自轉軸)과 자기축(磁氣軸)이 일치하지 않음으로 위도에 따라 진남북(眞南北), 즉 지구의 자전축과의 편차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며, 고위도 지방에서는 자침의 자력이 약화되어 방위나 위치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려운 문제점은 있다.
현재 현장에서 내룡의 길흉을 판별해 혈을 잡거나 좌향을 놓는데는 9층으로 구성된 패철이면 충분한데, 패철의 각층은 동양의 과학자들이 우주의 순환원리와 지리의 도를 깨우친 바대로 한층 한층을 올려놓은 것이다. 현재는 30여 층으로 구성된 패철도 시중에 나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관들은 5층짜리, 6층짜리, 또는 7층짜리 패철을 들고 다닌다. 이것으로는 땅의 길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앞에서 설명했듯이 양균송에 의해 만들어진 8층, 9층이 있어야만 양기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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