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량론(天糧論)
흔히 이르는 하늘이란 말 속에는 땅과 구별되는 하늘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숨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쓰이는 개념이 진리와 숙명으로서의 하늘이다.
불의한 사람을 보고서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고 꾸짖을 때 통용되는 의미는
진리로서의 하늘이다. 하늘은 한치의 어긋남 없이 우주를 운행하기 때문에 누구도
속이지 않는다. 하늘의 이치는 어김없는 진리와 통하기에, 천도(天道)란 진리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숙명으로서의 하늘은 서릿발같은 의미가 있다.
옛날 죄를 범하고 의금부로 끌려가쓰는데, 금부도사가 나와서 "천명을 거스리고도
살기를 바라느냐?" 하고 호령을 했다면 죄인은 실로 오금이 저렸을 것이다.
천명은 거스리지 말아야 할 영원한 금기인 것이다.
천량(天糧)이란 하늘이 내려준 양식이란 뜻이다. 천량 속에 들어있는 하늘의 개념은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숙명으로서의 개념이다. 좀 쉽게 말하자면 '너는 일생동안 쌀
몇 가마, 고기 몇 근을 먹어라'는 식으로 하늘이 명했다는 것이다.
도가 서적에서 천량에 관한 기록을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후세 사람들에게 절약
정신을 가르치려는 엄포이겠거니 하고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주변 사람의 잇따른 죽음을 보면서, 천량이란 섣불리 스쳐 지나갈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평소 인색하기로 소문나 '유태상인'이란 별명을 지닌 외삼촌이 한 분 계셨는데,
외삼촌께서는 충청권 일대의 경제를 좌우할 만큼의 재력가였다. 노년에 들어 중풍으로
몸져 누워 자리 보전을 하게 되었는데, 병 수발이 귀찮던 며느리가 진지를 제대로
드리지 않아 나날이 쇠약해지시더니 급기야는 종이장처럼 말라서 작고 하시게 되었다.
또 한 사람은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박 사장이었다. 호방한 성격에 술을 즐겨 마시던
박 사장은, 위암 판정을 받고는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고 고생하다가 젓가락처럼
야위더니 결국 위암으로 세상을 떴다.
두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 사람의 먹을 것이 한정되어 있다는 천량론이 무섭게 느껴졌다.
천량의 이론에 의하면 사람의 식록이 다하고 나면 하늘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교에서는 소식(小食)을 권하고, 절약할 것을 강조한다. 자신의 식록이
정해져 있는데, 먹을 것을 함부로 버리거나 과식하게 되면 나중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세상을 하직하게 되는 것이다.
성인병 사망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암(癌)은 [병질 엄] + 品 + 山의 결합이다.
입으로 산같이 먹어서 걸리는 병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천량을 낭비해서 걸리는
질병이란 뜻이다.
관상의 고전 중에 「신이결(神異訣)」이란 책에는 여인의 72가지 천격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도 먹는 것과 관련된 부분이 '음식무진(飮食無盡)'이란 구절로 기재되어 있다.
음식무진이란 먹는데 끝이 없다는 뜻으로 과식을 경계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양은솥째 끌어 안고 먹어대는 것은 천상(賤象)이란 의미다. 하긴 그렇게 천량을 소비하는데
어떻게 천상이 아닐 수 있겠는가?
노석 류충엽
출처 : 천량론(天糧論) - cafe.daum.net/dur6f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