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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추명학의 고수들 자강 이석영 선생
깡통박사 2017-09-30 (토) 08:28 조회 : 3706

‘사주첩경’의 저자 자강 이석영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1920년 평안북도 삭주군 삭주면 남평리에서 부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한학과 역학에 조예가 깊었던 조부 이양보(李陽甫)로부터 훈도받았다. 1948년 월남해 충북 청주에서 몇년간 살다 그후 서울로 옮겨 1983년 사망하였다. 자강이 본격적으로 명리를 연구하게 된 시기는 1948년 월남한 후에 생계 수단으로 명리를 보면서부터다. ‘사주첩경’ 6권은 1969년에 완성되었다. 1948년부터 대략 20년간의 연구와 실전체험을 정리해 저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자강 이석영은 '사주첩경(四柱捷徑)'(전6권)이라는 명저를 남겼고, 도계 박재완은 무욕담백한 인품을 통해 명리학자의 품격을 끌어올린 인물이었고, 제산 박재현은 좌충우돌과 종횡무진의 삶을 살면서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한편의 드라마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같은 명리학을 하면서도 서로 주특기가 달랐고 인생행보도 달랐다. 팔자가 다르므로 행보도 다를 수밖에 없다.

먼저 자강의 스토리를 살펴보자. 그는 '사주첩경'이라는 명저를 남기고 갔다. 사람이 죽을 무렵 생각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신을 황홀하게 했던 로맨스 건(件)수이고, 다른 하나는 저술한 책이라고 한다. 인생무상을 그나마 위로해 주는 양념인 것이다. 자강은 '사주첩경'이라는 명저를 남기고 감으로써 태어난 보람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 '사주첩경'은 명리학계의 '동의보감'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주 공부를 하려면 중국의 원전에 매달려야만 하였다. 중국 원전은 한문으로 되어 있어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면 해독하기가 쉽지 않다.

이뿐 아니라 연습문제도 수백년 전의 명.청대 사례이므로 현장감이 상당히 떨어진다. 그런데 '사주첩경'은 이 문제를 모두 극복했다. 국한문 혼용으로 되어 있어 한문 원전보다 한결 쉽다. 책에 소개되는 연습문제도 60, 70년대를 전후한 한국 사람들의 팔자를 분석한 것이라 훨씬 피부에 와 닿는다. 허준의 '동의보감'이 등장함으로써 한국이 중국 의학에서 독립할 수 있었듯이, '사주첩경'이 등장함으로써 한국 명리학계는 중국에서 어느 정도 지적 독립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독립을 해야 로열티를 물지 않는다.

필자는 개인적으로도 '사주첩경'의 신세를 많이 졌다. '사주를 이렇게 보는 것이구나'를 알게 해 준 책이 또한 '사주첩경'이었다. 다른 사주 원전들은 아무리 읽어 보아도 사주를 해석하는 실전 감각을 익히기가 어려웠다. 핵심 노하우는 빼놓았던 것이다. 하기야 자기의 장사 밑천(?)을 대중에게 쉽게 공개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정확도는 복채에 비례하는 법이다. 복채도 안 내고 단지 책 한권 구입해 사주 공부를 끝내 버리면 도사는 밥 굶기 십상이다. 이석영은 수십년 동안 읽은 중국 원전과 바닥에서 갈고닦은 실전 노하우를 소화해 자신의 책에다 대부분 공개하였다. 나는 이 점을 높이 평가한다.

'사주첩경'에서 배운 초식을 한가지 소개하면 이렇다. 태어난 날짜가 육십갑자로 따졌을 때 병신(丙申)에 해당하는 사람의 예를 들어보자. 이석영의 사례 분석에 의하면 병신일에 태어난 남자들은 확률상 집 바깥의 다른 여자에게서 자식을 낳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 그런가. 병(丙)에 대해 신(申)은 재물도 되고, 여자도 된다. 병은 화(火)에 해당하고, 신은 금(金)에 해당한다. 화극금(火克金)의 관계다. 자기가 이겨 먹는 것(극하는 것)은 재물도 되고 여자도 되는 것이다. 사주에서는 재물과 여자를 같은 것으로 본다. 두 가지 모두 자기가 쟁취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재물이 없는 사주는 여자도 없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이 신이 문제다. 신은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역마살(驛馬煞)에 해당하기도 한다.

재물과 여자가 역마살에 붙어 있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재물을 모으거나 아니면 여자를 만난다고 본다. 기차 타고 가다가 우연히 옆에 앉았던 여자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그렇다. 따라서 병신일의 남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여자를 만날 수 있다. 외국 여자일 수도 있다. 문제는 신 속에 물(水)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수는 화에 대해 자식으로 작용한다. 수는 화를 이긴다. 사주에서는 자기를 이겨 먹는 대상을 자식으로 본다. 신금(申金) 속에는 임수(壬水)가 숨어 있고, 이 임수가 병에 대해 자식으로 작용한다.

종합하면 외국 출장 나갔다가 우연히 어떤 여자를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 자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병신일에 태어난 남자가 그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사주첩경'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병신일에 태어난 남자는 로맨스를 조심해야 한다.

이석영이 명리학에 입문하게 된 배경에는 사회적인 원인도 있지만, 개인적인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그의 조부인 이양보가 이미 명리학에 깊은 조예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석영은 명리학의 고수였던 조부의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사주첩경’ 4권에 보면 1927년(정묘년) 이석영 본인의 집안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그 사건이란 이석영의 조부가 혼사를 앞둔 손녀딸(이석영의 누님)의 궁합이 좋지 않다고 보고 손녀딸 혼사를 반대한 일이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나의 조부님께서 우리 누님과 신랑 될 사람의 궁합을 보시고 나의 아버님께 하신 말씀이 “애, 그 청년이 지금은 돈도 있고 명망도 있고 학교도 중학까지 나왔으니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으나 단명(短命)한 게 흠이야. 거기에 혼사 하디 말라. 만약 하면 길레(吉女:누님의 애명)가 30을 못 넘어 과부가 된다. 그러니 안하는 것이 좋을 거야” 하셨다. 그러나 좋은 사윗감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나의 아버님과 어머니의 심정이었고 또 누님도 매우 그곳에 출가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결정짓기로 하여 마지막으로 조부님의 승낙을 청하였을 때의 일이다. 조부님께서는 “허- . 명은 할 수 없구나, 너희들이 평소에는 내 말을 잘 듣더니 왜 이번에는 그렇게도 안 듣느냐, 저 애가 팔자에 삼십 전(三十前, 누님은 1911년생)에 과부가 될 팔자다. 그 청년은 서른 셋을 못 넘기는 팔자이고 보니 기어코 팔자를 못 이겨 그러는구나. 이것이 곧 하늘이 정한 배필인가 보다. 이 다음 네가(누님을 가리킴) 일을 당하고 나서 나의 사당 앞에서 울부짖으면서 통곡할 것을 생각하니 참 가엾구나. 안하고 하는 것은 너희 마음에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씀하셔서 혼인은 성립된 것이다.

그 후 재산과 부부간의 금슬 면에서는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게 살았는데, 자손에 대해서는 애가 태어나면 죽고, 나면 죽고 하여 6남매(4남2녀)를 낳아 모조리 실패하였다. 기유(己卯)년(1939년) 9월14일에 득남하고 매형은 그 해 12월30일 별세하고 말았다. 조부님은 이미 2년 전인 정축년에 작고하셨고 누님은 기묘년에 상부(喪夫)하여 과연 조부님의 사당 앞에 가서 울부짖으며 통곡하는 누님의 모습이 지금도 나의 눈에 훤하고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것 같다. 나의 매형 사주는 무신(戊申)년 정사(丁巳)월 기묘(己卯)일 경오(庚午)시였다.(‘四柱捷徑’ 卷4, 韓國易學敎育學院, 309~311쪽)

심리학자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유년시절의 체험이 그 사람의 인생행로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사주첩경’의 저자인 이석영도 어린 시절 누님의 운명에 얽힌 참담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나의 사당 앞에서 울부짖으며 통곡할 것”이라는 조부의 예언이 현실로 들어맞았을 때 그 장면을 목격한 이석영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고인들이 탄식하였던 ‘명막도어오행’(命莫逃於五行·운명은 오행(사주)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의 이치를 깨달았던 것일까. 이석영이라는 걸출한 명리학자의 출현은 서북지역의 소외감, 명리학의 대가였던 조부의 영향과 어린 시절의 체험이 모두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빅쓰리 가운데 나머지 두사람. 도계 박재완과, 제산 박재현은 이석영과는 전혀 다른 인생행보를 보이는데, 이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싣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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