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할머니의 영혼
- 어느 날 아침 난 알게 되었어요… - 아나스타시야는 조용히 말했어요.
이때 그녀의 시선은 마치 과거로 깊어지는 듯싶었죠-
그날 아침 블라지미르는 임시 임차하고 있는 집에 없었어요. 나는 빛으로 그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날이 시작되고, 그날은 마침 여러 세기 전에 나의 할머니가 고인돌 속에서 돌아가신 날이었어요.
이날이 오면 나는 항상 할머니를 추억합니다. 내가 대화를 청하면 할머니께서 응답을 하지요.
기념일이 되면 여러분도 가까운 사람을 찾아 묘소에 가서 그들을 추억하고 얘기를 나누지요.
나는 빈터를 뜨지 않고 그렇게 합니다.
내 빛 줄기가 멀리서도 말하고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조상님들도 나의 빛 줄기를 느끼고요.
그날 나는 할머니를 회상하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려 했지만 할머니의 답변을 느끼지 못했어요.
전혀 느낄 수 없었죠. 할머니가 나한테 반응을 하지 않은 거에요. 그런 일은 절대 없었거든요.
그래서 할머니의 고인돌을 내 빛 줄기로 찾기 시작했어요.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비추었어요.
옛 할머니는 반응하지 않았어요. 뭔가 내가 알지 못하는 사건이 일어난 거죠.
고인돌 속에는 나의 할머니가 없었어요.
- 아나스타시야, 사람의 영혼이란 무엇인지 설명해 주세요. 영혼은 무엇으로 구성돼있나요?
- 사람한테 있는 보이지 않는 모든 것으로 돼있어요. 육이 살아있는 동안 얻은 열정이나 느낌도 포함해서요.
- 영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어떤 에너지와 비슷합니까?
- 그래요. 그건 여러 에너지들로 구성된 힘 덩어리에요.
한 사람의 육신이 소멸하면 에너지 덩어리 중 일부는 해체되고요, 동식물의 조직이나 필수 자연 현상에 쓰입니다.
- 힘의 세기는요? 분해되기 전 힘 덩어리의 잠재 에너지는요?
- 각자 다 달라요. 가장 약한 것은 중력 에너지도 극복하지 못합니다, 나중 분해되고 말죠.
- 중력? 가장 약한… 그것은 사람이 볼 수 있는 무엇으로 나타날 수 있나요? 만질 수 있나요? 느낄 수 있나요?
- 물론이죠, 예를 들면 돌풍이 있죠.
- 돌풍이라고요? 돌풍이라면, 나무를 뿌리 채 뽑아 뒤집어 놓는… 그렇다면 가장 센 것은 어떤 에너지를 보유하죠?
- 가장 센 것에요? 그건 바로 그<조물주>분이죠. 나는 그<조물주>의 에너지를 다 알 수 없어요.
- 그럼 뭐 중간의 것은 어떤가요?
- 여러 중간 정도의 영혼들이 가지는 에너지 덩어리에는 해방된 생각 에너지도 들어있어요.
- 그런 중간 정도의 덩어리가 갖는 에너지의 크기, 잠재력은 어떤 건가요?
- 제가 이미 답변을 드렸듯이, 거기에는 해방된 생각 에너지가 존재합니다.
- 그게 의미하는 게 뭐죠? 무엇과 비교할 수 있죠?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죠?
- 무엇과요? 정의요? 당신의 지혜, 당신의 생각, 의식은 어떤 에너지를 가장 강력하다 떠올릴 수 있나요?
- 핵 폭발 에너지. 아니, 태양에서 일어나는 반응.
- 당신이 말씀하신 모든 것은 해방된 생각 에너지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정의라면… 당신들은 스스로 용어를 고안하여 다른 사람과 의사 소통시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는 여러분이 고안해낸 어떤 용어도 적합하지가 않네요.
여러분이 아는것에다 무한대를 곱한 것을 이용하시면 되겠어요...
- 당신 할머니의 영혼의 에너지는 어느 정도 센가요?
- 거기에는 해방된 생각 에너지가 존재해요.
- 할머니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죠? 할머니는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나요? 만 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면요!
- 나의 조상님들께서 고인돌에 들어가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해 소식을 대대로 전해오셨어요.
- 당신께 소식을 전한 건 당신의 어머니이신가요?
-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난 너무 어려서 그런 소식을 사유할 능력이 없었죠.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께서 나의 어머니들에 대한 소식을 모두 말씀해주셨어요.
- 영혼은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나요?
- 부분적으론 그렇죠. 스펙트럼 인식, 시각의 색채 인식을 바꾸고, 내부 리듬을 바꾼다면 그래요.
- 정말 가능한가요?
- 당신이 알고 계신 색맹 현상이 이 일이 가능한 것임을 얘기해주죠. 당신은 그것이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질병에
다름 아니라고 여기시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 수천 년 세월에 걸쳐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얘기가 전해질 만큼 당신의 모계 조상님들과 어머니께서 훌륭하다고
하셨는데, 무엇이 그리 중요하고 값지죠?
- 옛 할머니는 여자가 갓난아기에 젖을 먹이며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그럴 능력을 보유한 시원 이후
마지막 여인 이었어요. 만년 전에 산 사람들의 지식, 그것은 문명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거의 완전히
망각 되었지요.
나의 할머니는 전혀 늙지 않았음에도 시원의 지식을 보존하기 위해 고인돌로 죽으러 들어가셨어요.
사람들에게 깨달음이 다시 돌아오고… 사람들이 그것을 필요로 할 때…
이 지식을 젖먹이는 여인에 전하기 위해서지요. 그러면 이 사람들이 서로서로 도와 모든 것을 알게 될 거에요.
고인돌 안에서의 죽음을 통해 할머니는 여자들에게 꼭 필요한 진리를 더 많이 터득했어요.
- 왜 꼭 고인돌에 들어가야 했지요? 고인돌은 일반 돌 무덤과 무슨 차이가 있나요?
왜 늙 기도 전에 고인돌 속으로 죽으러 들어갔나요? 목적을 알고 그랬나요 아니면 미신인가요?
- 그때 당시에도 벌써 엄마의 젖을 먹이는 것을 중요치 않게 여기기 시작했어요, 또한 원한다고 다 여자들에게 고인돌을
내주지는 않았어요. 나이가 든 족장은 나의 할머니를 존경했고, 자기가 할머니의 요청을 거부한다면 새 족장은 할머니의
말을 들으려 조차 아니할 것이며 그녀의 의도를 멍청한 짓으로 여길 것이라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늙은 족장은 남자들을 시켜 나의 할머니에게 고인돌을 지어주지 못했어요. 남자들은 족장의 결정에 반대했고,
나의 할머니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고인돌 뚜껑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여자들은 모여 밤새도록 무거운 돌판을 들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판은 꿈쩍도 않았지요.
그러다 새벽녘에 늙은 족장이 왔어요. 그는 이미 걷지도 못하는 처지였지만 지팡이에 의지해 온 것이죠.
늙은 족장은 여자들에게 미소를 짓고 기운나는 몇 마디를 건넸어요. 그러자 여자들이 무거운 판을 들어올렸고 할머니는
고인돌로 들어가신 거에요…
- 고인돌은 보통의 돌 무덤과 무슨 차이가 있나요?...
- 외양은 별 차이가 없지요. 하지만 여러분이 돌 무덤이라 부르는 고인돌에는 산 사람들이 죽으러 들어갔어요.
고인돌은 지금 사람들의 생각처럼 그냥 단순히 제사용 돌 건축물이 아니랍니다.
그것은 다가오는 세대들을 위한 영혼의 위대한 자기희생과 지혜의 기념비인 것입니다.
그것의 기능은 지금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고인돌 안에서의 죽음은 보통 과는 다른 것이었어요.
“죽음”이란 단어는 여기에 잘 맞지 않아요.
- 상상이 되요… 산 사람이 석실에 꼭 갇혀서… 그건 정말 보통 아니게 고통스런 죽음이죠.
- 고인돌에 들어간 사람들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어요. 그들의 죽음이 특별했다는 것은 그들이 명상을 했다는 말이에요.
영원으로의 명상. 영혼은 영원히 지구에 남아서 지상의 일부 감정을 유지한 채 명상을 한 것이죠.
하지만 고인돌 속으로 죽으러 들어간 영혼은 지구에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영원히 잃었어요.
- 어떻게 명상을 했지요?
- 여러분들도 이제는 명상이 무엇인지 아시지요. 옛 동방 종교의 명상은 널리 퍼져있죠.
지금도 명상이란 현상의 일부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가르침이 있어요.
유감스럽게도 명상의 본래 목적을 파악하려 하지 않아요.
지금도 명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기 몸에서 얼마 동안 영혼의 일부를 떼어낸 다음 나중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죠.
고인돌 속에서 명상을 통해, 몸은 아직 살아있는 동안, 영혼은 완전히 분리되고 돌아오고를 여러 번 반복한 거에요.
그때까지 육은 살아 있었던 거죠. 그리고 영혼은 영원히 고인돌에 남게 된 것입니다.
홀로된 영혼은 시원의 지혜를 전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영원히 기다라는 거에요.
육이 얼마간 살아있더라도 갇혀있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육이 살아있는 동안, 영혼은 여러 차원을 돌아다니다가 돌아올 수가 있었어요.
그 덕분에 여러분이 보시기에 엄청난 속도로 기존의 진리를 분석 또는 확인할 수 있었던 거지요.
죽은 혹은 고인돌을 통해 영원한 명상으로 떠난 자들은 자기의 마음과 영혼이 결코 다시는 물화(物化)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어요. 지상의 어떠한 육(肉)이나 물질에도 절대 들어 살 수가 없지요.
고인돌에서 멀리 오래 절대 떨어져 있을 수 없지만 육을 입고 사는 사람이 고인돌을 찾아오면 그의 영혼 일부와 소통할 수 있게 된 거에요. 그리고 죽음의 고통에 대해, 아니 고통 일반에 대해 얘기하자면, 이 경우 고통이란 수천 년간 지식을 얻으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데 있어요. 필요가 없다는 게 그들의 큰 비극이지요. 무엇 때문에 그…
- 가슴의 젖을 먹이는 엄마가 이 지식과 능력을 갖추는 것이 당신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아나스타시야?
- 무척 중요합니다.
- 왜죠? 엄마의 젖이 양육하는 것은 갓난아기의 육이지 않습니까?
- 육만은 아니죠. 젖은 내부에 엄청난 정보와 느낌을 담을 수 있어요.
모든 물질에는 자신의 정보와 빛 그리고 파동이 있음을 여러분도 아시지요…
- 맞아요, 있어요. 하지만 엄마의 젖이 어떻게 느낌을 전합니까?
- 할 수 있어요. 젖은 아주 예민합니다. 젖은 엄마의 감정과 떼어놓을 수 없어요.
감정에 따라 젖의 맛까지 변합니다. 젖먹이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모유가 말라버릴수도 있어요.
- 그래요, 정말 그럴 수 있죠… 그럴 수…그러니까 당신의 할머니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요?
수천 년간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씀이죠?
- 처음엔 있었어요. 대개 친척 세대나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었죠. 나중에 지구상에는 대변동이 시작되었어요.
인구 대이동이 있었죠. 고인돌은 남고요.
최근 수천 년간 할머니의 고인돌을 찾아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고인돌을 파손까지 하는 형편이죠… 사람들은 모르거든요…
타아가에서 블라지미르한테 고인돌에 대해, 할머니에 대해 얘기하자 그는 자기가 할머니의 고인돌을 찾아가보겠다고 말했지요. 난 그에게 설명했어요. 할머니의 영혼, 마음을 이해하거나 느낄 수 없고 할머니가 주는 정보를 받을 수 없을 거라고요.
남자는 젖먹이 엄마의 감정, 느낌을 알지 못해요. 우리 할머니는 수천 년간 남자가 아닌 여자들을 기다려요.
하지만 고인돌을 찾는 여자가 없어요. 유일하게 나 혼자만이 일년에 한 번 할머니와 대화를 합니다.
그날도 할머니와 잠시 얘기를 나누며 덕담을 건네고 싶었어요. 그런데 안 됐죠.
할머니의 영혼이 고인돌 곁에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몰래 재빨리 고인돌 주변을 빛으로 훑기 시작했어요.
점점 더 찾는 반경을 넓혔어요. 그러다 갑자기… 찾았어요. 봤어요! 크지 않은 골짜기, 바위… 바위 위에 블라지미르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었어요. 그리고 나의 할머니, 그녀의 영혼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응어리가 되어 블라지미르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상황 판단이 됐지요. 길에서 먼 고인돌을 찾아가려고 블라지미르는 산행을 안내할 사람을 찾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럴만한 사람이 나서지 않았죠. 공짜로 가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러자 블라지미르는 혼자 산행에 나선 거에요. 그는 산길을 벗어나 골짜기로 들어섰어요. 신발도 보통의 것으로 산행을 위한 신발이 아니었어요. 산행을 위한 어떤 장비도 갖추지 않았어요. 고인돌이 있는지 확인하고 만져보고 싶었던 거지요.
그리고 혼자 산에 들었어요. 할머니의 기념일을 맞아 길에서 먼 고인돌을 찾아 나섰어요.
산행 준비가 전혀 안된 이 사람이 왜 산길을 걷는지 할머니는 몰랐어요. 그리고 그를 지켜보았죠.
그가 미끄러져 중심을 잃고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할머니는 갑자기… 그녀의 영혼은 탱탱한 공기 응어리가 되어
아래로 돌진한 거죠.
할머니는 블라지미르를 구했어요. 머리가 바위에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굴러 떨어지면서 많은 타박상을 입어 그는 의식을 잃었어요. 할머니는 탱탱한 공기 응어리로 마치 자기 손바닥인양 그의 머리를 받치고 있었고 그에게 의식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죠. 그래서 나와 말씀을 하지 않았던 거에요.
블라지미르한테 정신이 돌아왔을 때, 할머니는 자기 고인돌로 돌아오지 않고 아래 골짜기에 남아 계셨어요.
남아서, 블라지미르가 길을 찾아 힘들게 위로 오르는 걸 지켜보았어요.
그리고 나서 난 할머니가 산길에 계시다는 걸 알았어요. 길에서 잔 돌멩이들이 굴러 떨어졌으니까요. 그건 할머니가 바람으로 뭉쳐져서 산길에서 돌멩이들을 불어버린 거에요. 할머니는 블라지미르가 산길을 따라 하산하는 걸 도와주고 싶었던 거에요.
나도 정말로 그걸 원했고요. 그래서 나도 내 빛으로 산 길을 빨리 빨리 비추었어요. 길이 질고 미끄럽지 않아야 블라지미르가 집까
지 가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니까요. 블라지미르는 골짜기에서 위로 올라와서는 산길에 앉아 약도를 보고 있었어요.
그 약도는 노보로시크브 박물관의 고고학자가 그에게 그려준 것이었죠. 그리고 나서 일어서더니 다리를 절며 가기 시작했어요.
마르고 잔 돌멩이가 없는 아래쪽 길이 아니라 반대편 위쪽으로 향했어요. 난 기가 막혔죠.
할머니도 아마 처음엔 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을 거에요. 그는 이제 산길을 벗어나 가시덤불로 기어들었어요… 난 눈치챘어요: 그는 할머니 고인돌까지 기어가려는 거였지요. 고인돌까지 갔어요. 고인돌 앞, 돌판 가장자리에 앉았어요.
잠바를 풀어헤치기 시작했어요. 손은 아팠죠. 한참을 풀어헤치더니 열렸을 때, 난 보았어요… 잠바 속에 꽃이 있었죠.
장미 세 송이가. 두 송이는 꽃대가 꺾여있었고요. 그가 골짜기로 굴러 떨어지며 바위에 부딪혔을 때 장미꽃은 짓눌렸어요.
가시 몇 개에는 피가 묻어있었고요.
그는 짓눌린 장미를 고인돌 입구에 놓았어요. 담배를 피워 물고 말했어요: “꽃이 망가져서 안됐지만 이건 당신께 드리는 꽃이외다. 당신도 아나스타시야처럼 아름다운 미인이었겠죠. 지혜롭고 선하고. 우리 세상 여자들에게 갓난아기 수유하는 방법을 알리고 싶었죠. 사람들은 하지만 당신을 모릅니다.
당신의 고인돌은 길에서 좀 멀어서 여인네들이 찾아 오기가 쉽기 않겠구려”
그리고 나서 블라지미르는 코냑이 든 납작한 통과 자그마한 금속제 컵을 두 개 내놓고, 주머니에서 사탕을 한 줌 꺼냈어요.
블라지미르는 컵에 코냑을 채웠어요. 한 컵의 코냑은 자기가 마시고 다른 한 컵은 고인돌 입구에 놓았어요 거기에 사탕도 올려놓고 말했어요:
“당신께 드리외다, 미모의 양반”
블라지미르는 현대의 사람들이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의 묘지를 찾을 때와 똑같이 한 것이죠. 그런데 할머니는… 그녀의 영혼은 보이지 않은 에너지의 응어리가 되어 그 사람의 주위를 맴돌았어요. 할머니는 정신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블라지미르의 말에 어떻게든 응답코자 할머니는 자기 육의 모양으로 공기를 모아봤지만 그녀의 윤곽은 투명하여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았어요. 블라지미르는 그걸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할머니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블라지미르에게 뭔가 설명을 하고 싶었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 주위를 빠르게 맴돌았던 거지요. 그러다 공기의 응어리가 컵을 살짝 건드렸어요. 컵이 넘어졌죠.
블라지미르는 바람이 어쩌다 코냑이 든 컵을 엎어트렸다 생각하고는 농담으로 말했죠:
- 어이 당신 왜 칠칠치 못하게 그 비싼 코냑을 엎지르고 그래요?
그때 할머니의 영혼은 고인돌 한구석에서 갑자기 숨을 죽이고 말았죠.
블라지미르는 할머니의 컵에 다시 코냑을 따라 돌 위에 올려 놓았고, 사탕도 다시 올렸어요.
그리도 다시 한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어요: “당신의 고인돌까지 길이라도 하나 잘 깔아야겠어요.
조금만 기다리소. 당신의 고인돌까지 길이 뚫릴 것이외다. 그 길을 따라 여인네들이 당신을 찾아 올 거요. 그 사람들한테 어린 아이에게 젖을 먹일 때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 당신이 설명해주소. 그런데 당신의 가슴은 아주 아름다웠겠지요…”
그리고 나서 블라지미르는 하산하기 시작했어요. 늦은 밤이 돼서야 집에 돌아왔죠. 집은 추운데 소파에 홀로 앉아 그는 상처에
붕대를 감으며 비디오카세트를 보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준 카세트였는데 여러 도시에서 사람들이 여러 번 복사해서 돌려보았던 것이지요.
TV 화면에서는 수많은 청중이, 주로 여성이었는데, 발표자의 말을 듣고 있었죠. 발표자는 하느님에 대해서, 올바른 사람의 영혼의 힘에 대해서 얘기를 했어요. 나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여성의 이상형이며 본 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얘기를 했지요. 나의 이성과 영혼의 힘은 위대하며, 빛의 힘이 나를 도우며, 내가 보통 세상 사람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사람들을 도울 거라고 했어요.
내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내가 제대로 된 남자를 아직 못 만났다고 말했어요. 지금 내가 상대하는 자는 진짜 남자가 아니고… 아 그리고 그 이전에 어떤 사람은 가라사대, 호주에 한 젊은이가 사는데 나와 잘 어울리고 내가 그와, 진짜 남자인 그 사람과 만나게 될 것이라 하였어요…
아 그런데 블라지미르는… 그 사람은 혼자 앉아 있었던 거에요. 이 얘기를 들으며… 한 손으로 다리에 난 상처에 붕대를 감으려 애썼죠. 다른 손은 타박상으로 고통이 심했죠. 나는 빛이 되어 블라지미르쪽으로 날랐어요. 그의 상처를 따뜻하게 하고 통증을 없애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말해주고 싶었죠… 어떻게든 말해주고… 내가 먼 거리에서 얘기하면 그는 나를 듣는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 때는 됐을 거에요… 그가 내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내가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아마 그가 들었을 거에요.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들었을 거에요.
그만을. 오직 그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진짜 남자인 것을.
그런데 나를 뜨겁게 하고 풀 밭에 밀쳐버린 게 있었어요. 뭔가가 내 빛이 블라지미르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막았어요.
나는 다시 한번 그가 앉아 있는 방으로 빛을 빠르게 보냈어요. 그는 텔레비전 앞에 있었죠.
그때 보았어요: 나의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응어리가 되어 블라지미르 앞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있었어요.
블라지미르는 그녀를 보지도 듣지도 못했어요. 그는 비디오카세트를 시청했어요.
나의 할머니는 숨으로 블라지미르의 발에 난 상처를 따뜻하게 했어요. 블라지미르는 상처에 타는듯한 화장수를 부었죠.
할머니는 자기를 듣지 못하는 블라지미르에게 무슨 말이든 하려 했어요.
할머니의 영혼의 힘은 강해서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떤 것도 그녀를 뚫고 지날 수 없어요.
어떤 심리 무기47라도 그녀를 향해 쏜다면 다 고장이 나고 말 거에요. 할머니는 거기에 신경도 안 쓸 걸요. 모든 것이 그냥 다 나가 자빠질 거에요. 나도 이젠 더 이상 어찌 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나는 지켜보며 아주 빨리 생각했어요.
무슨 일일까?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지? 왜 발표자는 그렇게 말했을까? 그가 나를 도우려 한 걸까?
알아야 하게 있나? 뭘? 왜 내 빛 줄기는 블라지미르 쪽으로 돌진했을까? 물론, 난 블라지미르가 “가짜 남자”란 말을 듣고 화가 나지 않을까, 그리고 그가 나 때문에 질투하지 않을까 겁이 났죠. 그런데…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서운했어요… 블라지미르는 다 듣고 나서는 한숨을 내쉬고 이렇게 말했어요: “별일이야. 진짜 남자라고. 호주에 있다고. 만날 거라고.
그럼 나한테 아들이나 내주라지”
나의 빛 줄기는 몸서리를 쳤어요. 모두가 가 몽롱해졌어요. 블라지미르는 질투하지 않은 거에요. 질투란 게 사실 좋은 감정은 아니죠. 그렇지만 조금이나마 그러길 바랐어요.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그가 질투하길 바란 거죠. 하지만 블라지미르는 아무일 아니라는 듯 나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어요.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설명해 달라고 할머니한테 애원을 했어요.
무슨 실수를 했죠? 무슨 죄를 졌죠? 할머니는 대답이 없었어요.
블라지미르가 상처에 붕대를 다 감고 나서야 슬프게 말씀하셨죠:“그냥 사랑했어야 했어, 내 딸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좋은 생각을 하면 되지. 자신을 뽐낼 필요는 없었단다”
난 일을 잘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지만 할머니는 다시 한번 조용히 말씀하셨어요: “ 딸아, 너는 자신을 위해 그림, 음악, 시, 노래를 바랐지. 다 이루어질 게다. 너의 꿈은 강하니까.
나도 안다. 그 꿈은 세상의 모든 사람,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하지만 네가 지상의 사랑을 얻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게야. 딸아, 너는 별이 되고 있는 게야. 별은 보고 즐거워할 수 있지. 별은 별로서 사랑할 수 있는 거야.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는 다르지.”
할머니는 더 이상 말씀을 안 하셨어요. 난 자제력을 잃고 소리를 질렀어요. 난 별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사랑 받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이렇게 해명하고 증명하고 싶었죠. 하지만 누구도 내 말을 듣지 않았어요.
부디, 날 좀 도와주세요. 이제 난 많은 걸 깨달았어요. 내 걱정은 안 해요. 내 몸 하나는 추스를 수 있어요. 블라지미르가 이해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겠죠. 그런 얘기는 사람을 진리로부터 멀게 합니다.
이 카세트가 퍼져나가는 걸 막아주세요. 카세트에서는 내가 이상형이고 별인 것처럼 세상 사람들과 블라지미르한테 퍼트리고 있어요. 블라지미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와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저는 별이 아닙니다. 여자입니다. 난 내가 원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요.
내 길을 나 홀로 결정하지 않았어요.
제가 실수를 했어요. 사람들이 내 얘기를 하고, 시와 노래를 바치고,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도록 꿈을 꾸었어요… 그대로 일이 성사되었고요.
내가 꿈꾸는 대로 항상 그대로 이루어져요. 이번에도 그렇게 됐죠. 시와 노래 감사해요. 시인들께 감사해요. 하지만 제가 실수했어요. 그렇게 꿈꿨어요. 시는 필요해요! 그렇지만 난 별이 되면 안돼요.
블라지미르가 이 모두를 보고 들었으면 해서, 추억하라고, 나를 추억하라고 내가 이 모두를 원했던 거에요. 꿈을 꿀 땐 몰랐어요. 이젠 알아요. 난 별이 되고 있어요. 별은 멀리서 보고 감상할 수 있는 것이죠. 여자는 그냥 사랑하고요.
- 그걸 어떻게? 카세트가 배포되는 걸, 그것도 사람들이 스스로 복사해서 배포하는 걸 막을 수는 없어요, 아나스타시야. 그건 통제불능이에요. 누구도 막을 수 없어요.
- 거 보세요. 여러분은 할 수 없죠. 그런데 블라지미르는… 그는 행동하는 기업인이죠. 통제불능 상황이라도 그 사람은 어떻게든 무슨 조처든 취했을 거에요. 그런데 그는 내가 자기 짝이 아니란 사실을 수긍하고 어떤 조처도 취할 생각이 없어요.